아내의 분노에 10년째 ‘지옥’, 이혼 가능할까?
아내의 분노에 10년째 ‘지옥’, 이혼 가능할까?
변호사들 “반복된 폭언·정서 학대, 객관적 증거로 입증해야”

단순 성격 차이로 이혼은 어렵지만, 반복적인 폭언이나 정서적 학대로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면 가능하다. / AI 생성 이미지
결혼 10년 차, 아내의 예측 불가능한 분노와 감정 기복에 시달리다 ‘집에 들어가는 것조차 스트레스’가 되어 버린 남편의 사연.
외도나 폭력 같은 명백한 사유가 없을 때, 오직 ‘성격 차이’만으로 법적인 이혼이 가능할까? 법률 전문가 8인은 “단순 불화는 어렵지만, 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 났음을 녹취, 문자 등 객관적 증거로 입증하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성격 차이'라는 이름의 '정서적 학대'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고 감정 기복이 심해 대화로 풀려 해도 결국 비난으로 끝납니다.” 결혼 10년 차 남편 A씨는 아이 없이 아내와 살고 있지만, 반복되는 아내의 분노 표출에 심신이 지쳐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
이처럼 배우자의 외도나 도박 같은 뚜렷한 유책 사유가 없을 때, ‘성격 차이’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법원은 원칙적으로 성격 차이 자체만으로는 이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정도가 일반적인 부부싸움을 넘어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법률사무소 한강 이주한 변호사는 “법원은 단순한 성격 차이만으로는 바로 이혼을 인정하지 않지만, 그 갈등이 누적되어 혼인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이혼 사유로 인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민법 제840조 제6호가 정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될 수 있다는 의미다.
파이브스톤즈 법률사무소 김대희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배우자의 의뢰인에게 대한 분노 표현, 강정표출, 정서적 학대는 이혼 사유이자 위자료 청구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즉, 성격 문제가 일방적인 정서적 학대 수준에 이르렀다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원의 문 여는 열쇠, ‘객관적 증거’
법정에서 ‘혼인 관계가 파탄 났다’고 인정받으려면 감정적인 호소만으로는 부족하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는 “반복적인 폭언이나 감정적 압박이 장기간 지속되어 정상적인 부부생활이 어려운 경우에는 혼인관계의 파탄으로 평가될 여지도 있”다며 “다만 이러한 부분은 객관적인 자료로 정리되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배우자가 이혼에 동의하지 않아 재판으로 갈 경우, 갈등의 수위와 지속성을 증명할 객관적 증거가 승패를 가른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한장헌 변호사는 “카카오톡, 녹음, 진술서 등 갈등의 지속성과 강도를 보여줄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반석의 최이선 변호사 역시 “현실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배우자의 폭언이나 일방적인 비난이 담긴 문자, 메신저 대화, 녹취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해두는 과정이 필요합니다”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배우자의 폭언이 담긴 녹음 파일 하나가 10년의 고통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소송만이 정답은 아니다…상담과 협의 우선
증거를 모으는 것이 곧바로 소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혼을 최종 결심했더라도 여러 단계를 거치는 것이 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배우자가 이혼에 동의한다면 협의이혼이 가장 간명한 방법입니다”라고 말했다. 자녀가 없어 재산분할 등만 정리하면 되므로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이다.
만약 배우자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부부 상담을 시도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새올법률사무소 강원모 변호사는 “부부상담(또는 개인상담)·대화 규칙 설정·분노조절 치료 권유 등 ‘시도했다’는 기록은 향후 판단에도 도움이 됩니다”라고 밝혔다.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는 사실 자체가, 역으로 ‘회복 불가능한 파탄’을 입증하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규 변호사 역시 “만약 상담 후에도 관계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이는 오히려 파탄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