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랫집 담배 냄새에 살해 결심한 윗집…도끼, 식칼, 삼단봉까지 준비했다
[단독] 아랫집 담배 냄새에 살해 결심한 윗집…도끼, 식칼, 삼단봉까지 준비했다
살해 도구 사고 인터넷에 예고
법원 "초범이고 피해자 위해하지 않아"
징역 6개월 선고 유예
![[단독] 아랫집 담배 냄새에 살해 결심한 윗집…도끼, 식칼, 삼단봉까지 준비했다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764225859983577.jpg?q=80&s=832x832)
층간 담배 냄새로 불만을 품고 살해 도구를 사들인 뒤 살인 예고글까지 올린 A씨가 살인예비 혐의로 기소됐으나 선고유예를 받았다. /셔터스톡
"담배 냄새가 창문 타고 올라오는데 진짜 미치겠네. 해결하든가 죽이고 감방 가든가 둘 중 하나임."
2024년 10월, 서울 구로구의 한 빌라에 사는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섬뜩한 글을 올렸다. 아랫집에 사는 B씨(33)가 피우는 담배 냄새 때문이었다.
A씨는 층간 냄새에 항의하며 방바닥을 세게 내리쳤다. 하지만 A씨의 마음속엔 엉뚱한 공포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하면 아랫집 사람이 앙심을 품고 칼을 들고 쳐들어오지 않을까?' 이 망상에 가까운 두려움은 급기야 '내가 먼저 죽여야겠다'는 살인 계획으로 이어졌다.
살인 예고글 올리고 흉기 쇼핑까지
A씨의 계획은 치밀했다. 그는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 삼단봉, 방검장갑, 식칼, 접이식 칼, 그리고 길이 88.5cm에 달하는 도끼까지 사들였다.
흉기들이 도착하자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언박싱' 사진을 올리며 기능을 소개하는 기행을 벌였다. "아랫집 XX 죽일 것 같아서 미리 신고한다", "도끼로 찍어서 죽이면 몇 년 정도 받냐. 농담 아니고 진지하다"는 살인 예고 글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살인예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 "살해 도구 준비했지만… 실제로 해치진 않아"
살인 예비는 중범죄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장찬)는 A씨에게 징역 6개월의 형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하되 형의 선고를 미루고, 2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관대한 처분이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예비하고 도구까지 준비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피고인이 초범이고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것을 염려하다 범행에 이른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가 실제로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은 점, 범행 직후 이사해 재범 위험이 사라진 점, 무엇보다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참고]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 2025고합105 판결문 (2025. 4. 24.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