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자료방 갔죠?" 아청법 공포심 악용한 '가짜 경찰'
"텔레그램 자료방 갔죠?" 아청법 공포심 악용한 '가짜 경찰'
전문가들 “소속·이름 안 밝히면 99% 사기…경찰청 대표번호로 직접 확인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어느 날 A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경남경찰청' 소속을 사칭했지만, 걸려온 번호는 개인 전화였다.
평소 알던 보이스피싱 수법과는 달랐다.
전화를 건 남성은 A씨 본인은 물론, 아버지의 이름과 정확한 거주지까지 꿰뚫고 있어 A씨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를 느꼈다.
"텔레그램 자료공유방에 들어간 적 있죠?"라는 질문에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하면서도, 자신의 개인정보가 줄줄 새어나간 현실에 A씨는 혼란에 빠졌다.
몇 차례 전화를 피하자 "경찰관이야, 왜 이렇게 전화가 안 되니? 빨리 전화 줘"라는 문자가 날아왔고, 급기야 아버지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요구에 A씨는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
이처럼 개인정보를 무기로 삼아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날로 교묘하게 진화하며 시민들의 경각심을 울리고 있다.
시선을 사로잡는 '개인정보' 무장 사칭 전화, 진위 확인이 첫 단추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사례가 전형적인 '수사기관 사칭 보이스피싱'의 특징을 모두 갖췄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허점은 경찰관이 지켜야 할 '신원 확인' 절차의 부재다.
최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는 "개인번호로 전화해 신분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것은 정상적인 수사 절차가 아니다"라며 "이름이나 주소를 안다는 사실만으로 진짜 경찰이라 단정할 수 없다.
개인정보는 다양한 경로로 유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경찰은 직무 수행 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며, 전화 조사 시에도 소속, 계급, 성명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원칙이다.
송영인 변호사(법무법인 나침반)는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경남경찰청 대표전화나 민원실에 직접 전화해 본인 사건번호가 있는지, 담당 수사관이 누구인지 확인하면 즉시 진위를 가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칭범에게 속지 않고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피해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자료방' 언급으로 아청법 공포까지 조장하는 수법
만약 A씨에게 걸려온 전화가 실제 수사 상황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사칭범이 언급한 '텔레그램 자료공유방'이라는 내용에 주목하며, 이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를 암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행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단순 시청하거나 소지, 구입만 해도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매우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보이스피싱범들이 이러한 법적 공포를 악용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재용 변호사(JY법률사무소)는 "단순 시청이라도 징역형이 가능하지만, 초범이고 범행이 경미한 경우 선처를 받아 기소유예로 종결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진술 내용에 따라 혐의 유무와 형량이 크게 달라지므로, 초기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최고의 방어 전략은 '일단 끊고, 공식 채널로 확인하는' 습관
결국 전문가들의 조언은 하나로 모인다.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의심스러운 전화를 받았다면, 상대방이 내 가족의 이름이나 주소 등 개인정보를 아무리 많이 알고 있더라도 일단 통화를 끊어야 한다.
그리고 당황하지 말고 해당 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로 직접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대처법이다.
순간적인 당황으로 섣불리 추가 정보를 제공하거나, 금전 요구에 응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날이 교묘하게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첫걸음은 '선 의심, 후 확인'이라는 원칙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을 악용한 심리적 압박에 맞서기 위해서는 침착함과 공식적인 절차를 따르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