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해서 못 견디게 해, 뭐가 문제가 되겠어" 홍원식 회장님, 법은 문제라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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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해서 못 견디게 해, 뭐가 문제가 되겠어" 홍원식 회장님, 법은 문제라는데요?

2021. 09. 08 11:11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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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후 복귀한 직원에게 '압박 넣으라' 지시한 정황 공개된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변호사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홍 회장 처벌 가능성 있어"

육아 휴직을 사용한 여성 팀장에게 그동안 해왔던 업무가 아닌 일을 주고, 출퇴근에 5시간이 걸리는 물류창고로 발령을 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남양유업. 이 과정에서 홍원식 회장이 "못 견디게 하라"고 직접 지시까지 한 녹취까지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빡세게 일을 시키라고! 아주 강한 압박을 해서 못 견디게 해."


목소리의 주인공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직원 A씨에게 '압박을 넣으라'는 지시였다. 지시를 받은 다른 직원이 A씨가 힘든 기색을 보인다고 답했지만, 홍 회장의 목소리는 오히려 높아졌다.


"그런 걸 활용을 하라고. 어려운 일을 해 가지고 말이야. 보람도 못 느끼고 하여튼 그런 게 되게."

"위법은 하는 건 아니지만 좀 한계 선상을 걸으라 그 얘기야. 그런 게.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어."


SBS는 지난 6일 해당 녹취록을 공개하며 A씨가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뒤 인사상 불이익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최연소 여성 팀장' 자리에 오를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던 A씨가, 갑자기 택배실 근처에서 단순 업무를 반복해야 했고, 몇 년 뒤엔 출퇴근 5시간이 걸리는 천안의 물류창고로 발령을 받았다고 했다.


알려진 내용이 사실이라면, 홍 회장이 어떤 혐의로 처벌될 수 있는지 분석해봤다.


"못 견디게 해" 홍 회장에게 적용할 수 있는 두 가지 혐의

변호사들은 "홍 회장이 크게 두 가지 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바로 ①남녀고용평등법 위반과 ②형법상 강요죄다.


① 기존 업무와 다른 업무 배정 등의 행동 =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남녀고용평등법(제37조 제2항 제3호)은 육아휴직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를 처벌하고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지난 7일 로톡뉴스와 통화에서 "만약 회사가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에게 기존에 하던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업무를 배정했거나, 집과 먼 곳으로 배치 등을 했다면 이 조항 위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인의 대표이사, 더 나아가 회장 등도 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만약, A씨의 주장대로라면 남양유업은 이 법을 위반한 게 되고 홍 회장 역시 처벌 대상이다. 해당 조항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육아휴직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사업주를 처벌하는 규정에 따라 회장 등도 처벌 대상이 되는지 고용노동부에 문의해 봤다. /그래픽 =조소혜 디자이너
육아휴직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사업주를 처벌하는 규정에 따라 회장 등도 처벌 대상이 되는지 고용노동부에 문의해 봤다. /그래픽 =조소혜 디자이너


변호사들은 같은 의견이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이 조항에 따라 남양유업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홍 회장이 해당 발언을 한 시점이 A씨의 육아휴직 직후에 있었다면 그가 더욱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법무법인 새서울의 민고은 변호사 역시 "실제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했다면 처벌 가능성이 있다"며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② 다른 직원에게 "못 견디게 만들란 말야" = 강요죄

홍 회장이 형법상(제324조) 강요죄로 처벌될 가능성을 점친 변호사도 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는 "강요죄는 협박 등을 사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을 때 성립하는 죄"라며 "녹취에 따르면 홍 회장이 다른 직원에게 부당한 행위를 하라고 강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홍 회장의 직위 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강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민고은 변호사도 "이 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다만 "실제로 이 죄가 성립하려면 홍 회장이 해당 직원에게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당신에게도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협박을 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협박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회사 상대로 행정소송 중⋯변호사들 "A씨에 녹취록 유리하게 작용할 것"

A씨는 회사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가 부당한 인사발령을 냈으니, 이를 구제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이다.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항소심(2심)에서 패소해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


변호사들은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이 향후 소송에서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칙적으로 대법원은 사실 관계⋅증거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는 법률심이지만, 이번처럼 결정적인 증거가 나온 이상 대법원에서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진규 변호사도 "이러한 녹취록까지 공개된 이상 A씨가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게 어렵지 않아 보인다"며 "이전 재판에서 사측이 내세웠던 다른 이유(경영상 판단 등)가 허구였음을 입증할 수 있으므로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률 자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 법무법인 새서울의 민고은 변호사,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 /로톡뉴스·로톡DB


남양유업 입장문 "육아휴직 관련 인사상 불이익 존재하지 않아"

남양유업은 지난 7일 입장문을 내며 "남양유업엔 육아휴직 관련 어떠한 인사상 불이익 및 부당한 대우도 존재하지 않음을 전달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홍 회장 녹취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


우선 '부당인사' 관련 최근 언론 보도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서 송구합니다.


저희 남양유업은 다양한 여성 복지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육아휴직 제도 또한 많은 직원이 자유롭게 사용하며 근무하고 있습니다.


남양유업은 육아휴직 관련 법적 기준 1년은 물론 최대 2년까지 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여직원은 물론 많은 남직원도 너무나 당연하게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 중에 있으며, 육아휴직 관련해 그 어떠한 인사상 불이익 및 부당한 대우 등은 존재하지 않음을 전달드립니다.


언론 보도상의 해당 직원의 육아 휴직 관련 주장은 고등법원에서 기각된 가운데, 현재 법적 판결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저희 남양유업은 육아 휴직을 사유로 부당한 대우를 하지 않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며, 앞으로 고객과 직원을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남양유업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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