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 사건 ] "배를 찌르면 살 수 있으니 목을 찌르겠다" 딸을 향한 아버지의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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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 사건 ] "배를 찌르면 살 수 있으니 목을 찌르겠다" 딸을 향한 아버지의 막말

2021. 02. 21 11:39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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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까지 할 수 있을까⋯" 판사도 탄식한 그의 협박

법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선고

하루에도 수십 건의 형사 재판을 처리하는 판사조차 탄식한 한 남성. 전 아내와 딸을 향한 막말은 상상 이상이었다. /셔터스톡

"그래도 한때는 부부관계였던 전처에게 그런 말까지 할 수 있을까⋯."


하루에도 수십 건의 형사 재판을 처리하는 판사조차 탄식했다. 15년 전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재판을 받은 피고인은 전 남편, 피해자는 그의 아내였던 여성과 딸.


사건을 맡은 판사는 피해자 모두에게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전 아내에게는 "꽤나 심한 두려움에 시달렸을 것 같다"고 했고, 딸에게는 "두려움에 더해 어떤 참담함까지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체 어떤 걸 보고 이런 식으로 감정을 드러낸 걸까.


실제 전 남편이 피해자들에게 퍼부은 폭언은 하나같이 잔인했다. 활자화 가능한 수준에서 일부만 발췌해보면 다음과 같았다.


"쇼하지 마라. 지금 배를 X시면 너희가 살 수도 있으니 목부터 X셔서 죽여 버리겠다."

"X발 X들이 감히 내 말을 안 들어, 여기서 칼부림 한 번 날까.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자신을 부양하던 아들이 쓰러지자⋯이혼한 아내와 인연 끊은 딸 협박한 남성

사실 이들 부부는 15년 전 이혼한 뒤 서로 왕래가 없었다. 그러다 전 남편 A씨를 부양하던 아들이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다시 연락이 닿았다.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갔다가 병원에서 A씨를 마주친 게 계기였다.


그러나 마주치지 말았어야 했다. 이후 일주일. A씨가 긴급 체포되기 전까지 피해자들은 지옥 같은 시간을 견뎌야 했다. A씨는 아들이 더 이상 자신을 부양할 수 없게 됐으니, 전처와 딸에게 자신을 봉양하라고 요구했다.


①병원 내 편의점 앞에서 협박

그날은 지난해 3월 27일이었다. A씨는 병원 내 편의점 앞에서 피해자들에게 돈을 요구했다. 우선 아들의 차 할부금과 빚을 대신 갚으라고 했다. 자신이 타고 다녀야 한다는 이유였다.


부탁하거나 제안하는 게 아니라 협박이었다. "돈을 안 해주면 니 X들 남편을 죽여 버리겠다"고 했다. 자신의 사위도 죽이겠다고 서슴없이 말한 것이다.


'칼부림'까지 언급하며 "꼭 피를 봐야겠어?"라고 말하며 피해자들을 향해 욕설도 내뱉었다. .


당시 피해자들은 이 요구를 거부했으나, 협박의 정도가 심해지자 일단 "돈을 주겠다"고 말한 뒤에서야 자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②병원 야외주차장에서 감금

A씨는 말로만 협박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 연락을 피하는 피해자들에게 "가져갈 물건이 있다"며 병원으로 부른 뒤, 다시 "할 말이 있다"며 병원 야외주차장으로 유인했다. 피해자들이 머뭇거릴 때면 어김없이 욕설이 날아왔다. 그렇게 미리 주차해둔 대형차로 피해자들을 억지로 밀어넣었다.


그뒤 A씨 자신도 뒷자석에 탔다. 그뒤 차량 문을 잠가 1시간 동안 나가지 못하게 했다. 감금이었다. 거기에 옷 주머니에 손을 넣고 휘두르며 '목을 찔러 죽이겠다'는 취지로 협박했다. A씨에게서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은 일상용어 같았다.


이런 A씨 행동에 피해자들은 두려움에 차량 바닥에서 무릎을 꿇고, 울면서 살려달라고 빌었다. 그러나 "쇼 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3일 전보다 더 구체적인 협박이 돌아왔다.


"4월 X일 오전 11시까지 700만원을 해주지 않으면 지금 살고 있는 네 남편, 자식까지 찾아서 휘발유를 뿌려서 다 죽여 버리겠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현재 살고있는 집 주소를 줄줄이 읊었다. 그러니 더더욱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A씨는 새벽부터 다시 전 아내에게 전화해 자신의 요구를 강조했다. "너희들이 나를 1년은 먹여 살려야 한다"며 "부탁이 아니라 명령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를 자극하지 말라"고 했다.


③긴급체포되는 날까지 '보복협박'

하지만 피해자들은 돈을 보내는 대신 A씨를 협박죄로 고소했다. 그러자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했다. 지난해 4월 2일 밤 10시였다.


A씨는 경찰에 체포되는 순간까지도 범죄를 저질렀다. 전 아내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남겼다.


"너가경찰에신고을두고보자"


띄어쓰기나 맞춤법에 맞지 않는 10글자. 재판부는 "(해당 문자는) A씨가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으로 맞춤법 등을 고려하지 않고 그대로 옮긴다"고 주석에서 설명했다. 재판부가 이 문자 메시지를 판결문에 특별히 언급한 이유는 A씨가 피해자에게 보복할 목적으로 협박한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 법은 이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으로 엄하게 다스리고 있다.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합의⋯법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선고

법정에서 전 남편 A씨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공갈 미수 혐의에 대해 "돈을 요구하며 욕설한 사실이 없다"고 했고, 감금 혐의에 대해서도 "억지로 차에 타도록 한 게 아니었다"며 "문을 잠근 사실도 없다"고 했다.


객관적인 증거는 통화를 녹음한 파일과 문자 메시지 외엔 없었다. 피해자들의 진술과 A씨의 진술이 정반대로 갈렸던 상황. 1심을 맡은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노재호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의 진술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통화 내용과 법정에서 피고인(A씨)이 보인 태도를 더해 볼 때 피해자들이 진술한 것과 같은 내용의 말과 행동을 충분히 하고도 남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노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던진 말들이 단순히 욕을 심하게 한 정도를 넘어서 험악하다"며 "'칼부림'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했다"고 범죄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들과 다시는 만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했고,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던 것 외에 형사처벌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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