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이면 처방전 나와요" 위고비 성지의 위험한 유혹…부작용 생기면 누구 책임일까
"1분이면 처방전 나와요" 위고비 성지의 위험한 유혹…부작용 생기면 누구 책임일까
'1분 진료'·'기적의 감량' 내세운 비만치료제 과장광고 논란
전문의약품 오남용 우려 심각

법조계는 부작용 설명 없이 처방전을 내주거나 주사제를 병원에서 직접 판매하는 행위가 의료법·약사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연합뉴스
"살이 왜 이렇게 많이 빠졌어?" 요즘 일반인들 사이에서 종종 오가는 이 말의 배경에는 위고비, 마운자로, 삭센다 같은 이른바 '살 빠지는 주사'가 있다.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유지해 체중 감량을 돕는 전문의약품이다. 원칙적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체질량지수를 가진 비만 환자나 당뇨, 고지혈증 등 동반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만 제한적으로 처방되어야 한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한 상업적 활용이 늘면서, 날씬한 사람들까지 무분별하게 이 약을 처방받고 있어 법적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유튜브 보고 맞으세요"⋯'1분 진료' 성지가 놓친 의사의 의무
가장 큰 문제는 이른바 '위고비 성지'로 불리는 일부 병·의원의 부실한 진료 태도다. 인터넷과 SNS에는 '1분 진료', '바로 처방전 가능' 같은 자극적인 문구를 내세워 미용 목적 환자들을 끌어모으는 홍보가 남발된다.
로엘 법무법인의 이성호 변호사는 4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해 이러한 행태의 위법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성호 변호사는 "진찰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취지로 해석될 경우 처방전 작성 적법성이 문제될 수 있다"며 "'1분 진료'나 '위고비 성지' 같은 표현은 진찰 필요성 등 중요 정보를 누락하거나 객관적 사실을 과장한 거짓 광고로 의료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환자에게 투약 방법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병원에서는 주사제 투약 방법을 두고 "유튜브를 보고 맞으면 된다"며 사용자에게 무조건 맡기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성호 변호사는 "이는 의료법에서 정하는 통상적인 의사로서의 지도 설명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실제 부작용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에게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눈멀고 췌장 망가지는데⋯ 의사가 전해야 할 치명적 부작용
환자들은 "병원이 처방해 줬으니 안전하겠지"라고 믿기 쉽지만, 전문의약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대가는 혹독하다.
급성 췌장염, 장폐색, 심한 구토, 저혈당 쇼크는 물론 극심한 근손실과 골밀도 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시력 손상까지 주장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의사는 처방 시 환자에게 위험성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는 현재 질환 상태와 치료 방법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예상되는 위험과 부작용, 대안까지 설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성호 변호사는 "이 약물이 동반 질환 환자에게 투여하는 약이라는 점과 함께 췌장염, 장폐색, 갑상선 수질암 위험 같은 치명적인 내용도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가 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는 향후 법적 분쟁에서 책임을 제한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
만약 실제로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해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한다면 어떻게 될까. 국내에서는 아직 최근 유행하는 GLP-1 계열(식욕 억제 호르몬 모방) 비만치료제에 대한 직접적인 소송 사례는 없다.
과거 펜터민 등 다른 식욕억제제나 위풍선 시술에 대한 소송만 존재하는 상태다.
만약 소송으로 간다면 사안에 따라 제약사와 의사 모두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제약사는 광고·유통 과정에서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했음을 입증해야 하고, 의사는 진료 당시 설명 의무를 완전히 이행했음을 증명해야 면책이 가능하다.
다만 이성호 변호사는 "가장 큰 문제는 인과관계(약물과 부작용 사이의 직접적 원인 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며, 증상별로 쟁점과 난이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약국보다 싸다"며 병원에서 직접 파는 주사약, 정말 합법일까?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비만치료제는 약국보다 병원에서 직접 사는 게 훨씬 저렴하다"며 의사에게 약을 직접 구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가 될 수 있다.
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직접 조제해 환자에게 넘기는 것은 약사법 위반이다. 예외적으로 병원에서 환자에게 직접 주사를 놓아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제 행위는 가능하다.
하지만 다량의 주사제를 환자에게 한꺼번에 건네며 집으로 가져가라고 하는 것은 의약품 직접 판매에 해당해 위법할 수 있다.
이성호 변호사는 사용자들이 무심코 행하는 일상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법적 주의를 당부했다.
이 변호사는 "투약 이후 남은 약을 지인에게 무단으로 주거나, 투약 시 사용한 주삿바늘을 중고 거래로 판매하고 재사용하는 등의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고 전했다. 약사법상 의약품의 무단 판매나 유통은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