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 소송으로 '선량한 기업'이 인정받는 세상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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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 소송으로 '선량한 기업'이 인정받는 세상 될 것"

2020. 09. 29 20:02 작성2020. 09. 30 19: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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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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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제⋅집단소송제 법안 통과 위해 동분서주

김현 전 대한변협회장 인터뷰 "선량한 기업이 제자리 찾는 데 큰 역할 할 것"

4년 전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제⋅집단소송제 법안 통과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을 29일 법무법인 세창에서 만났다. /서초=조하나 기자

"기업들 다 망하게 생겼다"는 호들갑이 대한민국 경제 신문을 뒤덮었다. 막강한 힘을 가진 두 제도의 도입이 정부 주도로 추진되면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기사만 보면 당장이라도 이 두 법안은 기업들을 줄도산시킬 것처럼 묘사됐다.


긍정적인 기대 효과를 말하는 일부 기사도 있었지만, 주로 기업 입장에서 나오는 '반대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무차별 줄소송으로 기업들이 한 방에 무너져 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두 제도의 도입을 4년 전부터 강력히 주장해온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을 29일 찾았다. "국가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제도가 통과된 건 아닌지"를 물었다. 그는 "오히려 반대"라며 "결과적으로는 더 바람직한 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데 투자하는데 인색한 기업은 불리해지고, 준법경영⋅윤리경영에 힘쓰는 선량한 기업은 유리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을 맡았던 지난 2017~2019년 이 두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를 제집 드나들듯 찾았었다. "2년 동안 국회의원 250명을 한분, 한분 만나 설득했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두 제도가 불러일으킬 획기적인 진전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악의적인 기업에게는 불이익을 주고, 선량한 기업들에게는 제 자리를 찾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법안들"이라고 말했다.


Q. 대한변호사협회장 역임 당시 두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매일 국회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고 했다.

"맞는다. 실제로 당시 2년 동안 국회를 600번 방문했다. 임기 730일 동안 주말 빼고 거의 매일을 찾아갔던 셈이다. 하루에 3번을 찾아간 적도 있었다.


그때는 정말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국회를 왔다 갔다 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썼다. 대한변호사협회와 국회가 왕복 1시간 정도 걸렸는데, 국회가 조금 더 가까운 데 있었으면 하는 바람까지 있었다."


Q. 어째서 그토록 노력했나.

"결국 사람값이 비싼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기업은 굉장히 합리적인 조직이다. 기업이 안전 조치를 하게 하려면, 안전 조치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 받을 수 있는 손해가 더 커야 한다.


그런데 반대로 안전조치 미비로 사고가 났을 때조차 싼값에, 낮은 가격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굳이 기업이 안전 조치를 할 이유가 없다. 결국 악순환을 방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 사태, 라돈 침대 사태 등과 같이 기업의 고의적인 불법 행위가 반복되고 있는 것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기업은 합리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안전 조치를 하게 하려면 안전 조치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 받을 수 있는 손해를 크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기업은 합리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안전 조치를 하게 하려면 안전 조치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 받을 수 있는 손해를 크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Q. 두 제도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가 꼭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게 도입되면) 아무래도 기업들이 아주 조심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본다.


제도의 취지 자체가 기업이 일부러 나쁜 마음을 먹었을 때 엄격한 페널티(penalty)를 부과하고, 다시는 그런 짓을 못 하도록 본때를 보이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Q. 두 제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가해 기업이 악의적인 불법행위를 했을 때, 실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물어내게 하는 제도다. 한편 집단소송제는 어떤 분야든 피해자 중 일부만 승소해도, 모든 피해자가 동일한 판결 효과를 갖는 제도를 말한다.


두 제도는 사실상 쌍둥이 역할을 할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내용이라면, 집단소송제가 그 형식이다. 우리나라는 인정되는 위자료가 아주 낮은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일종의 위자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 손해는 100원 정도라고 하더라도, 400원의 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집단소송제는 그 형식과 관련되어 있다. 피해자는 여럿인데, 손해가 작다면 피해자가 일일이 소송을 거는 게 힘들지 않느냐. 이때 50명이 소송을 제기해서 이기면 전체가 효력을 받게 하는, 그런 의미의 형식이다."


Q. 그런데 결국 지난번 20대 국회 당시 사실상 두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어떤 점이 어려웠나.

"제일 큰 건 역시 대기업 측의 반대였다. 그 밖에 국회의원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법안을 발의하려면 최소 10명이 필요한데, 처음에는 그 10명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매번 돌아오는 대답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이 말을 제일 많이 들었다."


Q. 이번엔 정부가 전격적으로 나섰다. 소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맞는다. 나한테도 충격이었다. 4년을 그렇게 노력해왔지만, 정부가 갑자기 앞장서서 두 제도를 추진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 점에서는 대단히 기뻤지만, 문제도 있다. 이번 법안에 굉장히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Q. 무엇인가.

"정부가 빠졌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현대사회의 모든 경제적 강자, 즉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과 소비자 등 약자를 모두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법안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상법 개정안에 그쳤다."


Q. 그런데 기업에서는 벌써 반론의 목소리가 높다. "기업 자체가 망할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준법과 윤리 경영, 평소에 안전조치를 잘하는 기업들은 걱정할 게 없다. 오히려 이런 점을 소홀히 하고, 이윤에만 몰입한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런데 안전 조치에 전혀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 시장을 선점한 기업들이, 견제를 받는 건 바람직한 것 아니겠느냐.


오히려 안전조치를 잘 해왔던 선량한 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되는, 그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그럼 정말 일부러 못된 짓을 많이 한 기업들은, 자리를 빼앗기고 망할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전체 기업 생태계 측면에서 그게 더 바람직하다. 망해야 마땅한 기업도 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사건 때 청해진해운 같은 경우다. 이들은 화물을 상습적으로 과적했고, 위험 운행을 일상처럼 했지 않느냐. 그러다 배를 침몰 시켜 무고한 생명 수백명을 잃게 했다."


Q. 그래도 반론이 거세다. 우리 민법과 맞지 않는, 너무 지나친 조치가 되진 않을까.

"모든 사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이 내려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예외적이다. 기업이 (단순 실수가 아니라) '고의 또는 중과실'로 불법 행위를 한 경우로 한정되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기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안별로 정말 기업이 악덕했고, 소비자 안전을 해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또한, 무조건 5배를 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이번 법안에 근거해도 '아주 정도가 심했을 때 최대 5배'라는 것이고, 평균은 3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도 그 정도다. 우리 법원도 아마 조만간 원칙을 세울 것 같다."


Q. 이번 집단소송 법안에 한국형 증거수집제도(디스커버리)가 매우 강화된 점은 어떻게 보나?

"(한국형 증거수집제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예전에 자동차 급발진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기업을 상대로 개인은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승소에 필요한 증거를, 모두 상대방인 기업이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이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경우. 상대는 애초에 막강하다. 조직 자체도 크고, 기밀도 많다. 그런데 이 제도가 시행되면 관련 증거가 공개되기 때문에 둘 사이의 무기가 평등해질 것이라고 본다."


Q. 하지만 동시에 "기업 기밀이 유출되는 창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원고가 신청한다고 해서, 전부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중간에서 그 범위를 정해주게 된다. '이 정도 수준, 이 정도 사항을 제시해야 한다'는 식의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업 기밀이 유출되는 창구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크다고 했다. /서초=조하나 기자
"기업 기밀이 유출되는 창구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크다고 했다. /서초=조하나 기자


오히려 지금은 전부 깜깜이인 상태에서 개인에게 '모든 걸 입증해봐라', 이런 상태이므로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Q. 현재 형사 재판에서만 가능한 국민참여재판이 집단소송제도에 적용된 점도 특이하다.

"국민참여재판 제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판사들이 상당히 보수적인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만약 법원에만 결정을 맡겨놓으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실효성이 크지 않겠다는 걱정이 있다. 그런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Q. 칼럼에서 '에린 브로코비치'라는 영화를 언급했다. 기대하고 계신 한국 사회의 모습인가.

"그렇다.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가 주는 좋은 시사점이 있다. 용기 있는 사람이 소송을 제기해 침묵하고 있는 다중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 피해가 점점 심해져 가고 있지 않나. 이때 소수의 사람들 덕분에 다수가 배상을 함께 받게 되고, 또 기업은 정신 바짝 차리게 되는 그런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Q. 일종의 프리라이더 성격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볼 수 있다. 일종의 '선의의 프리라이더(Free-rider)'라고 생각한다. 용기 있는 선각자(先覺者)의 노력에 힘입어, 다른 사람들도 함께 이익을 받는 것이다."


Q. 집단소송 남용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남용되지 않을 것이다. 일종의 안전장치로서 '집단소송 허가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신청했다고 해서 무조건 되는 게 아니라, 법원이 해당 요건에 맞는지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다.


이미 증권 분야에서도 집단소송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그 사례가 많지 않다."


Q. 제도가 도입된 이후 법원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맞는다. 법원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아무리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결국 담당 판사가 나서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 되기 때문이다.


법관들이 조금 더 전향적으로 인간의 가치를 귀중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집단소송제가 시행됐을 때 변호사로서 직접 참여할 계획도 있느냐는 질문에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서초=안세연 기자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집단소송제가 시행됐을 때 변호사로서 직접 참여할 계획도 있느냐는 질문에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서초=안세연 기자


Q. 징벌적 손해배상제 또는 집단소송제가 시행됐을 때 변호사로서 직접 참여할 계획도 있나

"그렇다. 나름대로 제도를 도입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두 제도가 소비자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고의로 결정적인 잘못을 했고, 이 때문에 선량한 국민들이 피해를 봤다면 도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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