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통화 중 나체 촬영 녹화 ‘무죄’…현행법 처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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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통화 중 나체 촬영 녹화 ‘무죄’…현행법 처벌 못해

2025. 10. 28 10:15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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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처벌법 '소지죄' 성립 불인정

디지털 성범죄 처벌 공백 논란 급부상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형사2단독 김환권 판사는 2024년 11월 2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물소지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교제 중이던 피해자가 영상통화에서 자발적으로 나체 상태로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을 피고인이 '화면녹화' 기능을 이용해 저장하고 소지한 행위가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의 소지죄로 처벌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현행법의 한계와 처벌 공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제 중인 피해자의 '자발적 영상' 녹화가 왜 무죄가 되었나?

쟁점: '의사에 반한 촬영물'과 '반포 전 소지 행위'의 법리적 충돌


사건의 사실관계는 이러하다.


피고인 A는 피해자 B와 교제하던 사이로, 2023년 8월 17일 새벽 시간대에 자신의 집에서 피해자와 휴대전화 인스타그램 어플로 영상통화를 했다.


당시 피해자는 나체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을 영상통화로 보여줬고, 피고인은 이 장면을 휴대전화의 '화면녹화' 기능을 이용해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저장하고 소지했다. 검찰은 이를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촬영물 소지죄) 위반으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 측은 화면녹화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으로 처벌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무죄를 다퉜다.


법원의 판단은 피고인의 손을 들어줬다. 쟁점은 피고인이 녹화한 이 동영상(이 사건 동영상)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이 규정하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또는 제2항의 촬영물 또는 복제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죄형법정주의에 막힌 처벌: 법원이 내세운 두 가지 무죄 근거

1. 피해자가 직접 촬영한 영상은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한 촬영물'이 아니다 (제1항 불성립)

법원은 먼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의 촬영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를 처벌한다.


법원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제1항의 처벌 대상은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기계장치로 '직접' 촬영하는 경우에 한정된다는 법리를 적용했다.


이 사건 동영상은 피해자가 자신의 신체를 직접 휴대전화 카메라에 비춰 영상정보를 생성하고 피고인에게 전송한 것이다.


즉,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이므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피해자와의 영상통화를 녹화한 피고인의 행위는 제14조 제1항의 '촬영' 개념에 포섭되지 않으며,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사건 동영상은 제1항의 촬영물 또는 복제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 '반포' 행위 없이 단순 소지한 것은 제4항 처벌 대상이 아니다 (제2항 및 제4항 불성립)

다음으로 법원은 제14조 제4항의 소지죄가 성립하기 위해 전제가 되는 같은 조 제2항의 촬영물 또는 복제물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했다. 제2항은 '촬영 당시 의사에 반하지 않은 경우'에도 사후에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반포 등)'한 자를 처벌한다.


법원은 죄형법정주의와 형벌법규의 엄격해석 원칙에 따라, 제14조 제4항의 소지죄는 제2항의 '반포 등 행위'가 전제되어야만 성립한다고 해석했다.


즉, '반포 등 행위의 상대방이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하게 된 촬영물 또는 복제물'로 제한하여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2항의 입법취지가 촬영물이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도로 유포되어 발생하는 피해를 막기 위함인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처럼 영상통화를 녹화만 하고 '반포 등 행위 없이 그대로 소지'하는 경우는 제14조 제4항의 처벌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피고인이 이 사건 동영상을 단지 보관하고 있었을 뿐, 반포 등의 행위의 객체가 된 적이 없으므로, 제2항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


입법 공백의 현실화: "처벌이 필요한 행위, 법에 더 면밀히 규정해야 한다"

이번 무죄 판결은 디지털 성범죄의 새로운 유형인 '영상통화 녹화 소지' 행위에 대해 현행 성폭력처벌법이 가진 처벌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디지털 기계와 기술이 발전되며 처벌이 필요한 행위도 여러 형태로 신속히 발전하는 측면이 있으나, 그렇다고 죄형법정주의·명확성 원칙을 훼손할 수는 없고, 처벌이 필요한 행위가 있는 경우 이를 더 면밀히 법에 규정하여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법원은 현행법의 해석상 처벌이 불가하지만, 처벌의 필요성이 있는 행위가 있음을 인정하고 입법적 해결의 시급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 판결로 인해 영상통화 중 동의 없이 상대방의 나체 영상을 녹화하여 소지만 하는 행위는 처벌할 수 없는 '법적 공백'이 공식화되었다.


이는 피해자 보호라는 법의 목표와 상충되는 결과를 초래하며, 향후 영상통화 녹화 행위 자체를 별도의 구성요건으로 신설하거나, 제14조 제4항의 소지죄 성립 요건을 명확히 하는 등의 입법적 보완이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현재 검찰이 같은 쟁점을 다룬 다른 하급심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4노201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대법원 2024도16133 사건)이므로, 향후 대법원의 최종 판단과 국회의 입법적 개선 방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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