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게 학대해 죽인 '동물 n번방'도 집행유예…최근 2년간 실형 선고 딱 1건
잔인하게 학대해 죽인 '동물 n번방'도 집행유예…최근 2년간 실형 선고 딱 1건
드라마 속 낙마 장면 촬영 뒤 죽은 말 '까미'⋯동물보호법 위반 소지
동물 n번방 사건 역시 집행유예⋯솜방망이 처벌 지적 나오는 가운데
최근 판결문 21건 분석해봤더니⋯절반 이상이 벌금형, 실형은 불과 1건

지난 1월, 드라마 '태종 이방원'이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인 건 '까미'의 죽음 때문이었다. 이 촬영 영상이 공개되면서 '동물학대'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만약 재판에 넘겨진다고 해도 강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엽기적이고 잔혹하다고 평가받는 동물학대 범죄조차 집행유예 등의 가벼운 처벌에 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1월, KBS 1TV 사극 '태종 이방원'이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인 건 '까미'의 죽음 때문이었다. 드라마 낙마 장면 촬영에 동원된 퇴역 경주마 까미. 촬영 당시, 까미는 제작진이 다리에 묶어둔 와이어에 의해 강제로 넘어졌고, 힘차게 달리는 와중에 고꾸라졌다.

이 촬영 영상이 공개되면서 '동물학대'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이어 까미가 촬영 일주일 뒤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제작진의 처벌 등을 요청하는 글도 올라왔다. 실제로 제작진의 행동은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해당 조항이 규정한 '금지 행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금지행위란, 잔인한 방법을 사용하거나(제1호),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제2호) 또는 고의로 사료를 주지 않거나(제3호) 정당한 사유 없이(제4호)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제작진의 경우 제4호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제작진이 재판에 넘겨진다고 해도 강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엽기적이고 잔혹하다고 평가받는 동물학대 범죄조차 집행유예 등의 가벼운 처벌에 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오픈채팅방에 동물 살해 과정을 올린 이른바 '동물판 n번방 사건'의 경우에도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잘못을 시인하고 초범이라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추후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그때도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다른 동물학대 사건에서도 법원은 비슷한 판단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건 대법원에서 공개한 최근 2년 치 판결문을 분석하면서였다. 로톡뉴스는 이 기간에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으로 처벌된 사건(총 21건)을 확보해 처벌 수위 등을 살폈다. 대부분 동물을 극심한 고통 속에 죽게 했던 사건들이었다.
그들이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개가 짖어서", "고양이가 할퀴어서"와 같이 정말 사소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범행 방법이 매우 잔혹하고, 생명체에 대한 존중의식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뤄진 생명 경시 행위인 점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크다"
"잔인한 학대행위이고, 생명에 대한 희박한 존중의식이 불러온 결과라는 점에서 사안을 가볍게 볼 수 없다"
동물 보호를 넘어 동물권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는 재판부도 있었다.

"현재는 종래의 동물보호론, 동물복지론에서 더 나아가 '동물권'이 주장되는 등 과거보다 동물에 대한 존중의 필요성과 존중의 범위에 관해 사회적 공감대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엄중한 지적과는 달리, 보여지는 처벌 수위는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 벌금형이었다. 전체 판결 21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건의 피고인들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평균 벌금액은 약 275만원.
가장 무거운 벌금이 나온 경우는 반려견의 머리 등을 수차례 때리고 바닥에 던져 죽게 만든 A씨 사건이었다. 그는 다른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등의 이유로 벌금 800만원이 선고됐다.
고시원에 있던 개를 날카로운 막대기로 찌르고 집어던져 죽인 B씨도 집행유예 기간에 범행을 저질렀고, 21회의 전과가 있었지만 벌금형(500만원)이었다.
나머지 8건 중 7건은 집행유예(징역형, 벌금형 포함)였다. 이 중에는 반려견을 무려 11마리나 죽음으로 내몬 C씨 사건도 포함돼 있었다. C씨는 약 3주간 반려견 12마리에게 사료나 물을 주지 않았다. 그로 인해 1마리만 제외하고 모두 굶어 죽고 말았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C씨가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벌금형(4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가 나왔다.

전체 판결문 가운데 유일한 실형 1건. 이 사건의 경우, '동물학대'라는 범죄로만 실형이 선고된 것은 아니다. 피고인이 누범 기간에 범행을 저질렀고 수사에 불성실하게 임한 태도 등이 문제가 됐다.
지난 2020년, D씨는 자신의 반려견이 짖어 집주인에게 핀잔을 듣자 화가 났다. 이에 그는 반려견을 주먹과 발로 수차례 때리고, 목줄을 빙빙 돌려 바닥에 여러 번 내리쳤다. 이후 발로 짓밟기까지 했다.
사실 당시는 D씨의 누범 기간이었다. 과거 무면허 뺑소니 사망사고로 복역까지 한 D씨로선 반성해야 할 시기였지만, 동물을 무참히 죽였다. 그 외에도 강도, 사기 등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던 D씨. 그는 이번 동물학대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이 출석 요구를 했는데도 계속 거부하는 뻔뻔함까지 보였다.
이런 태도에 전주지법 남원지원 재판부(재판장 정순열 판사)는 지난해 1월 D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정순열 판사는 "과거와 달리 동물을 학대하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것에 대하여 엄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청이 높다"며 "누범 기간 중이었는데도 자숙하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25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