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15돈' 약속한 서울중앙농협 조합장… 업무상 배임 혐의 벗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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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15돈' 약속한 서울중앙농협 조합장… 업무상 배임 혐의 벗기 어려운 이유

2025. 10. 15 16:52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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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15돈·해외여행' 공약, 위탁선거법 위반 소지 다분

공소시효 넘겼어도 업무상 배임 혐의는 유효

김충기 서울중앙농협 조합장의 2023년 선거공약 포스터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조합원님께 금(金) 15돈을 드립니다."


2023년 3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서울중앙농협에 뿌려진 한 장의 홍보 포스터가 1년 반이 지난 지금, 경찰 수사의 도화선이 됐다. 당시 연임을 노리던 김충기 조합장이 내건 파격적인 공약이 '배당'을 가장한 선거용 금품 살포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황금 공약'으로 따낸 압도적 승리

김충기 조합장의 공약은 구체적이고 화려했다. 그는 선거 포스터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금 배지(5돈) ▲금 열쇠(5돈) ▲금 두꺼비(5돈) 등 총 15돈의 금과 ▲무료 해외 선진지 견학을 약속했다. 홍보물에는 '김충기에게 마음을 실어주십시오'라는 직접적인 지지 호소 문구도 담겼다.


결과는 압도적 승리였다. 2019년 불과 52표 차로 신승했던 김 조합장은 2023년 선거에선 경쟁 후보를 156표라는 큰 격차로 따돌리고 연임에 성공했다. 경찰은 이 압도적 표차의 배경에 '황금 공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실제로 김 조합장은 당선 이후 공약을 이행했다. 1200여 명의 조합원과 160여 명의 직원들에게 지급할 골드바를 구입하는 데 조합 예산 35억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측은 "총회를 거친 적법한 배당"이라며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여러 법률에 위반될 소지가 다분하다.

김충기 조합장의 모습. /서울중앙농협
김충기 조합장의 모습. /서울중앙농협


위탁선거법 위반 "선거 끝나고 줬어도 범죄는 성립"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 위반 여부다. 이 법 제58조(매수 및 이해유도죄)는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인에게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선거운동 목적? 명백하다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마음을 실어달라"며 특정 금품(금 15돈)을 약속한 것은 명백한 선거운동 목적에 해당한다. 법원은 조합의 복지기금 운영 계획을 밝히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금품을 당선의 대가로 약속했다면 위법으로 본다.


'배당'이라는 주장, 통할까?

농업협동조합법상 배당은 결산을 통해 확정된 이익을 사후에 분배하는 것이다. 경영 성과와 무관하게 선거 전 특정 금품을 약속하는 것은 배당의 본질에 어긋난다. 선거가 끝난 뒤 총회 의결을 거쳤다 해도, 선거 전에 이뤄진 '약속' 행위의 위법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공소시효, 끝난 걸까?

위탁선거법의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다. 2023년 3월에 치러진 선거 공약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미 2023년 9월에 끝났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를 이어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제공' 행위는 공소시효 살아있다

위탁선거법은 선거일 후에 이뤄진 범죄는 그 행위가 있었던 날부터 6개월의 공소시효를 적용한다. 김 조합장이 골드바를 지급하고 해외 견학을 보낸 시점은 2024년 초까지 이어졌다. 따라서 실제 '제공'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는 아직 남아있다.


'약속'과 '제공'은 한 묶음

대법원은 금품 제공 약속과 실제 제공 행위를 하나의 범죄(포괄일죄)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마지막 범죄 행위(최종 금품 제공)가 끝난 시점부터 공소시효를 계산하므로, 2023년의 약속 행위까지 함께 처벌할 수 있다.


업무상 배임, 조합 돈은 '쌈짓돈'이 아니다

공소시효와 무관하게 처벌 가능성이 높은 혐의가 바로 업무상 배임죄다. 조합장은 조합과 조합원의 재산을 성실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


자신의 당선을 위해 조합 예산 35억을 사용해 금품을 제공한 것은 조합장의 임무를 명백히 위배한 행위다. 또한 해당 예산은 조합의 발전을 위해 쓰였어야 할 돈이다. 이를 개인의 선거 운동에 사용해 조합에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


설령 사후에 총회 의결을 거쳤다 해도, 그 목적 자체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위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배임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당선 무효까지 가능한 중대 범죄

서울중앙농협의 '금 배당' 사건은 조합원의 표심을 돈으로 사려 했다는 점에서 위탁선거법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다. 공소시효라는 기술적인 문제를 피하더라도, 조합의 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업무상 배임 혐의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만약 재판에서 징역형이나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김 조합장은 조합장직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조합의 곳간을 헐어 조합원의 환심을 사려 했던 '황금 공약'의 대가가 어떤 심판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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