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가 무서워요... 성추행·스토킹·마약 판결문에 등장한 '빼빼로'
빼빼로가 무서워요... 성추행·스토킹·마약 판결문에 등장한 '빼빼로'
10대 제자 성추행부터 군대 가혹행위, 마약 은닉까지
판결문으로 본 '빼빼로데이'의 어두운 이면

매년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로 달콤한 인사를 주고받지만, 판결문 속 ‘빼빼로’는 전혀 다른 의미로 등장했다. /셔터스톡
2025년 11월 11일 '빼빼로데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많은 이들이 과자 모양을 닮은 이날, 친구나 연인에게 마음을 전한다. 하지만 법정 기록 속 '빼빼로'는 사뭇 다른 얼굴로 등장한다.
최근 2년간의 판결문 속 '빼빼로'는 성범죄 매개체나 마약 거래 은닉 도구, 심지어 가혹행위 수단으로 쓰였다. 마음을 전하는 상징이 범죄의 도구로 변질된 순간들을 판결문을 통해 살펴봤다.
"선생님이라 믿었는데"⋯빼빼로데이, 그루밍과 성추행 도구가 되다
순수한 마음으로 건넨 학생의 '빼빼로'가 성추행 빌미가 된 사건이 있었다.
수원지방법원에서 판결이 난 한 중학교 교사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21년 11월 11일, 피해 학생 B양(당시 15세)은 피고인에게 빼빼로, 초콜릿, 직접 뜬 목도리를 가져다주었다.
B양은 법정에서 "학교 편지 쓰기 대회에서 피고인에게 편지를 쓰지 않았더니 서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3학년 때도 만나야 해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마음을 풀어주려 선물을 드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교사 A씨는 선물을 주러 온 B양의 손목을 잡고 구석으로 데려가 양손을 주무르며 "안아 보고 싶다. 한 번 더 안아 보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이보다 앞선 2021년 10월에도 사탕을 주겠다며 B양을 교실 복도로 불러내 끌어안는 등의 혐의로 결국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수원지방법원 2023고합758).
더 노골적인 사례도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에 따르면, 피고인 A씨는 2023년 11월 트위터로 알게 된 B양(당시 13세)에게 접근했다. A씨는 2023년 12월 9일, B양에게 빼빼로 등을 선물하고 룸카페 비용, 만화카페, 닭꼬치 값 등 4만 7,000원을 지불했다.
법원은 이 돈과 선물을 성관계를 위한 대가로 판단했다. A씨는 13세 미성년자를 간음하고 성을 매수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5고합119).
"선임이 주면 먹어라"⋯침 묻은 빼빼로 강요한 군대 선임
군대에서는 '빼빼로'가 선임의 가혹행위 도구로 사용됐다.
광주지방법원에서 처벌받은 상병 A씨는 2024년 6월 말경, 생활관에서 빼빼로의 초콜릿 부분만 전부 빨아먹고 과자 부분만 남겼다.
그는 이 과자 스틱을 후임병들에게 건네며 "빼빼로 먹을래?"라고 물었다. 피해자들이 거절하자, A씨는 "표정이 사람 하나 죽일 것 같다", "선임이 주면 먹어라", "내가 만든 건데 이거 먹어라"고 재차 말하며 압박해 결국 이를 먹게 했다.
재판부는 이 행위가 선임병의 지위를 이용한 명백한 '위력행사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광주지방법원 2025고단226).
헤어진 연인의 집 앞에 빼빼로⋯스토킹과 마약 은닉
'빼빼로'는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스토킹 범죄에도 등장했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판결에 따르면, 피고인 A씨는 2024년 11월 8일 이별을 통보받은 직후부터 피해자 B씨에게 총 317회의 문자메시지, 69회의 카카오톡 메시지, 59회의 부재중 전화를 남기는 등 스토킹 행위를 했다.
특히 2024년 11월 19일, A씨는 피해자 B씨의 주거지 현관문 앞에 '빼빼로'를 놓아두는 방식으로 불안감을 유발했다. A씨는 법원의 접근금지 잠정조치 결정까지 위반하고 피해자의 직장에 찾아갔으며,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협박한 사실 등이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24고단1305).

그런가 하면,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판결에서는 배달 기사 A씨가 17세 아르바이트생 B양을 강제추행한 사건이 다뤄졌다. 두 사람이 처음 인사를 트게 된 계기가 바로 '빼빼로데이'였다.
피해자 B양은 경찰 조사에서 "2023년 11월 11일 빼빼로데이에 빼빼로를 많이 받아 배달 기사님들에게 하나씩 드렸다"며 "그때 피고인이 '이름이 뭐냐'고 물어봐서 알려줬다"고 진술했다.
이 안면을 빌미로 A씨는 2024년 2월, B양을 껴안고 패딩 안으로 손을 넣어 허리를 감싸 안았다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4고합23).
'빼빼로 상자'는 마약 거래의 은닉 도구로도 단골 등장했다. 창원지방법원 판결에 따르면, 피고인 A씨 등은 2021년 8월 마약 판매상으로부터 합성대마와 케타민을 구매했는데, 당시 마약은 빼빼로 통에 담겨 전달됐다(창원지방법원 2023고합143).
청주지방법원 판결에서도 태국 국적의 피고인이 두 차례에 걸쳐 '야바'(메트암페타민)를 매수할 때, 판매상은 빼빼로 과자상자 안에 마약을 숨겨 쓰레기통이나 원룸 출입문 손잡이에 놓아두는 던지기 수법을 사용했다(청주지방법원 2025고단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