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는 충분한 증거가 아닙니다, 그래선 사건 접수 안 돼요" 경찰의 말은 틀렸다
"CCTV는 충분한 증거가 아닙니다, 그래선 사건 접수 안 돼요" 경찰의 말은 틀렸다
가게에서 난동 부린 손님을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CCTV와 녹음파일은 충분한 증거가 아니다" "가족은 증인이 될 수 없다"며 반려
변호사들 "고소 가능⋯명예훼손 대신 업무방해로 고소하라"

가게에서 난동부린 손님의 모습은 CCTV에, 목소리는 녹음기에 남아 있다. 증인으로는 가게 사장의 어머니. 하지만 경찰서에선 사건을 접수하기 어렵다고 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너네 가게는 이런 식으로 손님 대하냐!"
A씨 가게가 다시 시끄러워졌다. 방금 전까지 큰 소리로 소란을 피우던 손님 B씨가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고성을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가게엔 다른 손님들이 있었는데,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고함을 치고 가게를 흉봤다. 현장에 있던 A씨의 어머니가 말렸지만 B씨는 막무가내였다.
당시 A씨는 가게 창고에 가있었지만, 휴대전화에 B씨의 난동은 녹음이 돼있다. 게다가 그 모습을 비춘 CC(폐쇄회로)TV도 있다.
손님 B씨의 행패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A씨. 영상⋅녹음파일을 들고 경찰서를 찾았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 위해서였다. 증인으로 어머니를 내세울 계획이었다. 그런데 "고소가 어렵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사건을 접수해줄 수 없다"고 했다.
① 가족(A씨 어머니)은 A씨 사건의 증인이 될 수 없다.
② CCTV에 찍힌 영상과 B씨 음성이 담긴 녹음 파일은 충분한 증거가 아니다.
③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손님)의 증언이 없다.
A씨는 "명백한 증인인 어머니와 증거물들이 있는데 사건 접수가 안 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변호사들을 찾았다.
변호사들은 가족과 CCTV영상이 각각 증인과 증거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말한 첫번째, 두번째 이유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변호사 이제한 법률사무소'의 이제한 변호사는 "가족도 증인이 될 수 있으며 녹취 음성파일과 CCTV도 증거로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경찰서에서 들었던 말과 달리 A씨는 B씨를 고소하면서 갖고 있는 자료를 증거로 제출할 수 있다.
태연법률사무소의 김태연 변호사는 "비슷한 사례를 진행해서 상대측이 처벌 받은 사례가 있다"며 "종종 수사기관 측에서 죄가 되지 않는다며 반려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A씨에게 다른 방식으로 B씨를 고소하라고 조언했다. 명예훼손죄보다는 업무방해죄를 추천했다. 업무방해죄란 B씨의 경우처럼 영업을 하는 가게에서 소란을 피워 업무를 방해하면 성립한다.
법무법인 오라클(성남)의 박현민 변호사는 "소란을 피운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따라서 '위력'에 의해 가게 영업을 방해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 의사를 방해하거나 자유로운 행동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B씨처럼 고함을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위 등도 위력에 해당할 수 있다.
이제한 변호사도 "CCTV 자체는 음성이 녹화되어 있지 않는 이상 명예훼손죄의 증거라 하긴 어려울 것이지만, 업무방해죄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