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 시 1회당 2천만 원"… 법원, 박원순 다큐 ‘상영·배포 전면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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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 시 1회당 2천만 원"… 법원, 박원순 다큐 ‘상영·배포 전면 금지’

2025. 12. 09 16:46 작성2025. 12. 09 18: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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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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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제작진, 피해자에게 1,000만 원 지급하라”

‘거짓 기억’ 주장은 명백한 허위이자 명예훼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성폭력 피해자의 기억이 조작되었다는 주장을 담아 ‘2차 가해’ 논란을 빚었던 다큐멘터리 영화가 대중에게 공개될 길이 막혔다. 법원은 해당 영화가 고인을 추모하는 수준을 넘어, 피해자가 허위 사실로 고인을 고소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거짓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합의부(사건번호 2023가합109511)는 피해자 A씨가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와 감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영화 상영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피해자에게 1,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영화 상영 및 배포를 전면 금지한다고 선고했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위반 행위 1회당 2,000만 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정치적 기획 미투? 기억의 오염?” 다큐멘터리가 그린 위험한 시나리오

사건의 발단은 2020년 7월, A씨가 당시 L시장(고 박원순 전 시장)을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고인의 사망으로 수사는 종결됐지만,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은 조사를 통해 고인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피고인 제작위원회와 감독은 2023년, 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다. 영화는 ‘사실, 허위기억, 동기’라는 세 가지 챕터를 통해 피해자 A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논리를 전개했다.


영화에는 고인의 측근들이 등장해 “A씨가 4년 동안 고통받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하거나, 전문가를 인용해 “상담 과정에서 기억이 오염되어 겪지도 않은 일을 겪었다고 믿게 될 수 있다”는 식의 ‘허위기억’설을 내세웠다. 즉, A씨가 성희롱을 당한 적이 없는데도 여성단체와 변호인의 개입으로 기억이 조작되었고, 이 잘못된 기억으로 고인을 고소해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냄새 좋다 킁킁, 속옷 차림 사진…” 법원이 재확인한 움직일 수 없는 ‘팩트’

재판부는 다큐멘터리의 이러한 구성이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넘어선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했다. 그 근거는 이미 여러 차례의 법적 절차를 통해 확인된 ‘객관적 사실’에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고인의 성희롱 행위가 실재했음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 법원은 고인이 늦은 밤 “좋은 냄새 난다, 킁킁”, “혼자 있어? 내가 갈까?”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고, 런닝셔츠만 입은 셀카 사진을 전송했으며, 집무실에서 네일아트를 한 피해자의 손을 만진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될 뿐만 아니라, 동료 직원들의 목격 진술과 디지털 포렌식 결과 등 객관적 증거와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실제로 성희롱 피해를 입었고 이를 이유로 고소한 것이 사실”이라며, “영화가 주장하는 것처럼 피해자가 허위 기억을 갖게 되었다거나 정치적 의도로 고소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른 허위”라고 못 박았다.


“대중이 진실로 믿을 위험 커”… 법원이 ‘상영 금지’ 버튼 누른 결정적 이유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은 영화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냐는 점이었다. 피고 측은 유력 정치인에 대한 의혹 제기는 국민적 관심사이며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냉정했다. 재판부는 “영화가 피해자의 진술을 탄핵하고 고인을 옹호하는 인터뷰만 편향적으로 배치했다”며 “이는 건전한 토론이나 비판이 아니라, 고인의 가해 사실을 부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해자가 공적 인물이 아닌 일반인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몰아 사회적 평가를 심각하게 저하시키고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제작진이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함과 동시에, 영화의 상영 자체를 금지하는 강도 높은 결정을 내렸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법원이 사전 금지 처분을 내리는 것은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이루어진다.


재판부는 “이 영화가 상영될 경우 관객들이 허위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한번 퍼지면 피해자가 이를 바로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인의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을 고려할 때, 영화가 공개되면 대중들로부터 피해자에 대한 무분별한 가해 행위가 벌어질 개연성이 높다”며 피해자의 인격권 보호가 표현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피고들은 극장 상영은 물론, 유튜브나 스트리밍 서비스, DVD 제작 및 배포 등 어떠한 형태로도 이 영화를 일반에 공개할 수 없게 됐다.


[참고]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가합109511 판결문 (2025. 7.3.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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