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1년 폭언, 녹취 없이 퇴사했는데… 어떻게 복수할 수 있나
상사의 1년 폭언, 녹취 없이 퇴사했는데… 어떻게 복수할 수 있나
퇴사 후 노동부 진정, 민사소송 가능
일지·상담기록·진단서가 핵심 증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심장이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상사의 비아냥과 고함이 귓가에 맴돌고, 동료들의 외면은 A씨를 투명인간으로 만들었다. 1년간 이어진 지옥 같은 시간. 결국 정신과 약 봉투가 늘어가면서 '더는 못 버티겠다'는 생각은 확신이 됐다.
결심 끝에 사직서를 냈지만, 이대로 물러설 순 없었다. A씨는 상사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 하지만 A씨 손에 남은 건 녹음 파일 하나 없이, 1년간의 괴롭힘을 기록한 일지와 정신과 진료 기록뿐이다. 이 싸움, 정말 이길 수 있을까?
퇴사가 끝? 천만에, 복수의 서막
많은 피해자들이 퇴사하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변호사들의 의견은 정반대다. 직장 내 괴롭힘은 재직 중에 발생한 사건이므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에도 얼마든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첫 단추는 관할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제기하는 것이다. 한대섭 변호사(모두로 법률사무소)는 "재직 중 괴롭힘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회사에 알렸음에도 회사가 객관적 조사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신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은 회사가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면 지체 없이 조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조치 의무를 규정한다. 이를 어긴 사실이 인정되면 노동부는 회사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노동부의 괴롭힘 인정 결정은 그 자체로 향후 민사소송 등에서 매우 강력한 공적 증거가 된다.
녹취 없어도 이긴다? 기록의 위력
녹취나 목격자 증언이 없어 불안해하는 피해자들이 많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결정적 증거가 있다면 승산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바로 ▲괴롭힘 일지 ▲회사 상담 기록 ▲정신과 진료 기록이다.
이 증거들은 각기 다른 역할을 하며 강력한 시너지를 낸다.
첫째, 1년간의 괴롭힘 일지는 가해 행위의 지속성과 반복성을 입증하는 타임라인이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폭언과 부당한 지시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담긴 기록은 가해자의 막연한 부인을 무력화시킨다.
둘째, 회사 상담 프로그램에서 '상사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한 상담 기록은 피해와 가해 행위의 인과관계를 잇는 연결고리다. 괴롭힘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음을 회사에 공식적으로 알린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셋째, 수개월간의 정신과 진료 기록과 진단서는 괴롭힘으로 망가진 몸과 마음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우울증, 불안장애, 적응장애 등의 진단명은 정신적 피해의 크기를 명확히 입증한다.
한대섭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은 본질적으로 은밀하고 가해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기에 목격자가 나서기 어렵다는 것을 법원과 노동부도 잘 안다"며 "이런 증거 조합은 가해자의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을 모두 반박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고 분석했다.
가해자와 회사, 둘 다 겨냥하는 양동작전
노동부로부터 괴롭힘 사실을 인정받았다면, 이를 근거로 본격적인 법적 책임을 물을 차례다. 가해자 개인과 회사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민사)'을 제기하는 것이다.
청구 항목에는 그동안 지출한 병원비, 향후 치료비, 그리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가 모두 포함된다. 특히 회사는 근로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도록 보호할 의무가 있다. 괴롭힘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면, 회사 역시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폭언의 수위가 높았다면 모욕죄, 여러 사람 앞에서 허위사실을 말했다면 명예훼손죄 등으로 별도의 형사고소도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