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 10cm 구멍 뚫어놓고 "장난이었다"⋯'항문 에어건' 사장의 최악의 자충수
내장 10cm 구멍 뚫어놓고 "장난이었다"⋯'항문 에어건' 사장의 최악의 자충수
권지안 변호사 "중상해죄 성립 명백"
진술 번복과 치료 방해는 재판서 치명적

사건 당시 화성 도금업체에서 사용된 에어건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월 20일 경기 화성시의 한 도금업체에서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다. 태국 출신 50대 이주노동자 A씨가 작업대에서 몸을 숙이고 일하던 중, 사업주 B씨가 다가와 A씨의 항문 부위에 에어건을 밀착하고 고압 공기를 쐈다.
이로 인해 A씨는 대장에 10cm가량의 구멍이 뚫리는 중상을 입었고, 현재 복부에 배변 주머니를 달고 2차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로엘 법무법인 권지안 변호사는 20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해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짚었다.
권지안 변호사는 "단순 타박상이나 찰과상 차원이 아니다"며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고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하거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경우인 중상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치료 대신 '강제 출국' 종용⋯경찰·소방엔 허위 진술
사건 직후 가해자 측의 대응은 상해 행위 그 이상으로 잔혹했다.
사건 당일 저녁, 사업주 부부는 A씨를 아주대병원으로 데려갔으나 신원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진료가 거부됐다.
이후 119 신고로 경찰과 구급대가 출동했을 때, 사업주 아내는 "동료와 에어건으로 장난을 치다가 다쳤다"며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
경찰은 A씨가 미등록(불법체류) 신분임을 확인하고도 긴급 치료 대상이라는 이유로 "알아서 병원에 데려가겠다"는 사업주 측 말만 믿고 별도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
권지안 변호사는 이에 대해 "피해자가 직접 진술이 불가능한 상태였는데 사업주 아내의 진술만 듣고 현장을 종결한 건 미흡한 대응"이라고 지적했으며, 아주대병원의 진료 거부에 대해서도 "의료법상 응급환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수 없고, 불법체류 여부는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사업주의 다음 행동이었다. 병원 대신 A씨를 인력사무소 숙소로 데려간 사업주는 "비행기표를 구해줄 테니 즉시 태국으로 돌아가라"며 강제 귀국을 종용했다. 결국 A씨는 다음 날 새벽이 돼서야 수술대 위에 오를 수 있었다.
"스스로 쐈다" → "안 쐈다" → "실수다" 오락가락 진술, 법적 파장은?
가해자 측은 사건 경위에 대해서도 수시로 말을 바꿨다.
경찰과 소방에는 "피해자가 동료들과 장난치다 스스로 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신체를 향해 분사한 적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후에는 "실수로 공기가 발사됐다"고 또다시 진술을 번복했다.
권지안 변호사는 가해자의 이러한 대응이 법정에서 "명백히 최악의 수"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권지안 변호사는 "사건 초기에 경찰에 허위 진술을 한 것 자체도 죄질이 나쁘고, 진술을 계속 바꾼다는 건 재판에서 피고인의 신뢰성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실수나 장난이라는 변명 역시 법적으로 통하기 어렵다.
권지안 변호사는 "산업용 에어건 포장지에도 '인체에 직접 분사하지 마시오'라고 명시돼 있다"며 "항문에 밀착해서 쐈는데 상해의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하기는 매우 어렵고, 최소한 상해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감수한 미필적 고의는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치료 시기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귀국을 종용한 행위에 대해서는 협박과 강요 혐의가, 허위 진술을 한 점에 대해서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 적용이 추가로 검토될 수 있다.
"평소에도 머리 때리고 성추행"⋯불법 파견·임금 체불까지 도마 위
이번 사건은 우발적 사고가 아닌 구조적 괴롭힘과 노동 착취 결과라는 정황도 짙다. 동료 노동자들은 사업주가 평소에도 에어건으로 장난을 치거나, 머리를 때리고 성추행성 괴롭힘을 일상적으로 해왔다고 증언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업장에 대한 감독에 착수해 폭행, 직장 내 괴롭힘, 임금 체불 등을 전방위적으로 조사 중이다. A씨는 4년 넘게 일하면서 2월분 급여는 물론 퇴직금조차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 노동자를 파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어 불법 파견 논란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권지안 변호사는 "파견 후 2년이 넘으면 직접 고용 관계가 성립하므로 사업주가 임금과 퇴직금을 직접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게 피해자 측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비인도적 가혹행위에 분노 여론이 커지면서 국가 기관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가운데,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신청 사흘 만에 이를 전격 승인했다.
법무부 역시 피해자의 체류 자격 변경 및 취업 허용 방안을 긍정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사상으로도 형사 재판 결과와 별개로 치료비, 일실 수익,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 등 철저한 법적 책임 추궁이 뒤따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