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인데 왜 마음대로 못 지우나요?” 성형외과 ‘수술 전후 사진’ 삭제 거부 논란
“내 얼굴인데 왜 마음대로 못 지우나요?” 성형외과 ‘수술 전후 사진’ 삭제 거부 논란
병원은 “의무기록이라 10년 보관” 주장
법조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 환자에게 삭제 권한 있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성공적으로 끝난 성형수술, 환자가 자신의 얼굴 사진을 지워달라고 하자 병원이 거부하며 시작된 법적 다툼이 수면 위로 올랐다.
“병원 서버에 있는 제 얼굴 사진 전부 삭제해주세요.”
최근 성형수술을 받은 A씨는 병원에 정중히, 그러나 단호하게 요청했다. 수술 경과 확인을 위해 찍었던 수술 전후 사진이었다. 수술은 만족스러웠지만, 자신의 가장 민감한 정보인 얼굴 사진이 병원 서버에 영원히 남는다는 사실이 영 찜찜했기 때문이다. 개인 USB에 사진을 옮겨 받은 그는 병원 서버의 원본 데이터는 깨끗이 지워지길 바랐다.
하지만 돌아온 병원의 답변은 A씨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환자분 사진은 진료 차트와 같은 의무기록입니다. 의료법에 따라 5년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합니다. 나중에 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서라도 병원이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일방적인 통보였다. 내 얼굴 사진의 처분 권한이 나에게 없다는 사실을 A씨는 납득할 수 없었다.
내 얼굴 사진, 정말 ‘의무기록’일까?
과연 병원의 주장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법조계 전문가 다수는 ‘아니오’에 가깝다고 답한다.
김민경 변호사(법무법인 휘명)는 “병원에서 수술 전후 비교나 경과 관찰을 위해 촬영한 일반 사진은 CT, MRI 같은 영상 검사 자료와는 법적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보건복지부 역시 해당 사진들을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보존해야 하는 ‘의무기록’으로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의 주장이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의미다.
오히려 이 사진들은 의료법이 아닌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는다. 김 변호사는 “환자의 얼굴 사진은 개인정보보호법상 보호받는 명백한 ‘개인정보’”라며 “정보의 주체인 환자가 수집 목적이 달성됐다고 판단해 삭제를 요청하면, 병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료기록부에 ‘첨부’됐다면 예외…하지만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정필승 변호사(법무법인 우성)는 “만약 사진이 진료기록부에 직접 첨부되는 등 의무기록과 완전히 하나로 합쳐져 분리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의무기록의 일부로 볼 여지도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이는 매우 제한적인 경우다. 대부분의 병원처럼 단순히 환자에게 경과를 보여주거나, 병원 내부 참고용, 혹은 마케팅 활용 동의를 얻기 위해 별도의 폴더에 사진을 보관하고 있다면 이는 명백히 ‘개인정보’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삭제 거부하는 병원, ‘내용증명’이 첫걸음
전문가들은 병원이 계속해서 사진 삭제를 거부할 경우, 법적 절차를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가장 효과적인 초기 대응은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하는 것이다.
김민경 변호사는 “변호사 명의로 ‘해당 사진은 의무기록에 해당하지 않으며, 개인정보보호법 제36조에 따라 개인정보의 삭제를 정식으로 요청한다’는 내용의 증명서를 보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내용증명 자체는 법적 강제력이 없지만, 추후 소송으로 비화될 경우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다는 중요한 증거가 되며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효과가 크다.
결국 성형외과 수술 사진의 법적 운명은 ‘어떻게 보관되었는가’에 따라 갈린다. 하지만 핵심은 단 하나다. 환자의 동의 없이 민감한 개인정보인 얼굴 사진을 병원이 임의로 장기간 보관할 권리는 없다는 점이다.
“내 얼굴인데 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나요?”라는 A씨의 외침은, 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통제하고 결정할 권리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중요성을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