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차례 찔러 살해… 'PC방 살인사건' 심신미약 주장은 왜 통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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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차례 찔러 살해… 'PC방 살인사건' 심신미약 주장은 왜 통하지 않았나

2025. 11. 06 16:14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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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우울증 기록 제출했지만 범행 치밀"

징역 30년 중형, 동생은 '공범' 무죄

2018년 10월 22일,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김성수 씨가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 청원 100만 명을 돌파하며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가해자 김 씨가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80여 차례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이 사건은, 심신미약 감경과 공범 논란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법적 쟁점을 남겼다.


6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 안광휘 변호사는 당시 재판부의 판단 근거를 법리적으로 분석했다.

2018년 10월 23일, 김 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참여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한 모습.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우울증 진단서 vs 등산용 칼… 법원 판단은?

사건 직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지점은 가해자 김 씨 측이 "우울증 진단 기록"을 근거로 심신미약 감경을 주장한 대목이었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정신질환을 방패 삼아 처벌을 피하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광휘 변호사는 "법원은 현장 CCTV, 범행 준비,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모두 계획적인 범죄임을 인정해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계획 범죄로 본 근거는 명확했다.


  • 단 6~7분의 범행 준비: 김 씨는 피해자와 말다툼 후 왕복 600m 거리의 집까지 다녀오는 데 불과 6~7분이 걸렸다.
  • 흉기 사전 준비: 그는 이 짧은 시간에 "칼집이 있는 등산용 칼"을 직접 챙겨서 돌아왔다.
  • 범행 결심: 이는 경찰이 1차 출동해 양측을 분리한 뒤 불과 10분도 채 되지 않아 벌어진 일로, 명백한 범행 결심 증거로 해석됐다.


결국 법원은 김 씨에게 "사리 분별과 범행 의사 능력이 충분했다"고 판단, 심신미약 감경 주장을 배척하고 징역 30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정신질환 진단만으로는 감경이 어렵다는 최근 판결 경향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공범이냐, 방관이냐…동생은 왜 무죄인가

사건의 또 다른 축은 현장에 함께 있던 동생의 공범 여부였다. 경찰이 이례적으로 CCTV를 공개할 만큼 여론이 뜨거웠다. 동생은 형의 팔을 잡는 등 말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일각에서는 피해자를 붙잡는 등 범행을 도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동생을 '공동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무죄였다.


안광휘 변호사는 "방조 혐의가 인정되려면 명확한 공범 의사가 필요하다"며 "동생이 적극 가담하거나 도움을 주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면 무죄가 선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CCTV 분석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동생의 행동이 "범행을 용이하게 한 정황"이라기보다는 "말리려는 행동"에 더 가깝다고 판단했다.


안 변호사는 "의도가 명확하다는 게 입증돼야 유죄 판결로 이어질 텐데, 그런 증거들이 부족해 무죄 판결이 된 것"이라며, "대중적 인식과 법적 기준이 엇갈린 대표적 사례"라고 덧붙였다.


수사 정보 유출, 그 자체로 '범죄'

이 사건은 범죄 보도의 선정성 문제와 더불어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문제도 다시금 환기시켰다.


안 변호사는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공표죄'는 수사기관 종사자가 공판 청구 전 수사 정보를 공표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이라며 "이는 증거 인멸을 막고 피의자의 명예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故 배우 이선균 씨 사건 등에서 수사 보고서나 내부 정보가 언론에 유출돼 관련 경찰관 등이 공무상 비밀 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 송치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수사기관의 공식 발표 전에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은 그 자체로 처벌 가능한 범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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