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 일부러 분노 조장" 린가드 작심 발언, 심판도 형사 처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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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이 일부러 분노 조장" 린가드 작심 발언, 심판도 형사 처벌 가능할까

2025. 12. 11 11:30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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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오심 넘어 '고의적 편파 판정'이라면 업무방해죄 성립 가능

법원 "심판 재량 존중하지만, 돈 받고 눈감으면 쇠고랑"

과거 농구계 사례 주목

FC서울 제시 린가드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6차전 멜버른 시티(호주)와의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 /연합뉴스

"심판이 일부러 분노를 조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스타 제시 린가드가 2년간의 K리그 생활을 마치며 남긴 작심 발언이다. 눈물 젖은 고별 인터뷰였지만, 그 속에 담긴 뼈 있는 한마디는 축구계에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단순한 오심을 넘어 심판이 '고의로' 경기를 망쳤다는 뉘앙스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린가드의 '느낌'이 만약 사실이라면 어떻게 될까? 심판이 특정 의도를 가지고 휘슬을 불거나 불지 않는 행위, 법적으로는 단순한 실수일까, 아니면 처벌받아야 할 범죄일까. 그라운드 위의 법적 쟁점을 따져봤다.


휘슬 하나에 '업무방해죄'가 걸려있다

법조계는 심판의 고의적인 편파 판정이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형법 제314조는 위계(속임수)나 위력으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은 공정한 진행을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심판이 겉으로는 공정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특정 팀을 밀어주거나 망치려 했다면, 이는 주최 측과 구단의 정상적인 업무(경기 운영)를 속임수로 방해한 셈이 된다.


대법원 역시 "업무방해죄에서 위계란 상대방에게 착각을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즉, "공정하게 보고 있다"고 선수와 관중을 속이면서 엉터리 판정을 내렸다면, 이는 경기의 공정성이라는 업무의 핵심을 훼손한 범죄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판정이 이상해"만으론 부족… 법의 문턱이 높은 현실적 이유

하지만 현실적으로 심판을 법정에 세우기는 쉽지 않다. 법원이 인정하는 '심판의 재량권' 때문이다.


서울동부지법은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은 독자적인 지식과 경험에 따라 판정할 재량을 가지며, 참가자들은 이를 존중해야 경기가 진행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2018가합106669 판결). 축구처럼 격렬한 종목에서는 찰나의 순간에 대한 판단이 갈릴 수밖에 없다. 법원은 설령 오심이더라도 그것이 심판의 재량 범위 내에 있다면 위법하다고 보지 않는다.


결국 핵심은 고의성 입증이다. 린가드의 말처럼 "일부러 분노를 조장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심판 머릿속에 있는 고의를 꺼내 보여야 한다. 단순히 "판정이 이상했다"는 정황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


'검은 돈'이 오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심판이 처벌받은 경우는 대부분 판정 뒤에 검은 돈이 있었을 때다.


대표적인 것이 농구 심판 비리 사건이다. 부산지법은 2017년, 뇌물을 받고 편파 판정을 하거나 공금을 횡령한 농구 심판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2017노2355 판결). 당시 재판부는 "잘못된 관행에 편승하고 이를 조장했다"며 엄하게 꾸짖었다.


더 충격적인 사례도 있다. 농구협회 고위 간부가 심판들에게 압력을 넣어 승부를 조작하려 했던 사건이다.


당시 법원은 협회 부회장이 심판 인사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특정 팀을 봐주라"는 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을 '배임수재' 등으로 처벌했다(부산지방법원 2013고합422 판결). 판결문에 따르면, 심판들은 "회장이나 부회장이 앉아 있으면 편파 판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린가드의 눈물, K리그에 남긴 숙제

린가드의 발언은 현재로선 구체적인 증거 없는 '심증'에 가깝다. 따라서 당장 수사가 이루어지거나 처벌될 가능성은 낮다.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로 보기도 어렵다. 심판의 판정은 사업자 간의 거래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던진 메시지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심판은 반드시 발전해야 한다"는 그의 마지막 당부는, 법적 처벌 이전에 K리그가 스스로 공정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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