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스승의 날', 쏟아지는 8090 체벌·촌지 폭로…법적 구제는 '불가'
다가온 '스승의 날', 쏟아지는 8090 체벌·촌지 폭로…법적 구제는 '불가'
영화 '스승의 은혜' 소환
분출되는 '집단 트라우마'

영화 '스승의 은혜' /씨네21
1970~19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세대를 중심으로 과거 교사들의 체벌과 촌지 강요에 대한 폭로가 온라인상에서 쏟아지고 있다.

2006년 개봉한 영화 '스승의 은혜' 리뷰 영상에는 과거 교사로부터 당한 폭행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댓글이 수천 개 이상 달리며 일종의 '집단 트라우마'가 분출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현행 법체계 하에서 이들 피해자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법적 구제 수단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완성된 소멸시효…민·형사상 법적 책임 묻기 어려워
민법 제766조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가 소멸한다.
1970~1990년대에 발생한 사건은 이미 장기 소멸시효인 10년이 훌쩍 지났기 때문에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인용되기 어렵다. 폭행이나 상해 등 형사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역시 이미 완성되어 형사 고소도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소멸시효 완성의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면 소멸시효 항변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과거 불법행위 손해배상 소송에서 사건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해당 불법행위들은 그 자체로 위법하므로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법리적으로는 체벌이나 촌지 강요의 경우 피해자가 당시 이미 손해와 가해자를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단순히 집단 트라우마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소멸시효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풀이된다.
국가기관이 개입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적용되는 과거사정리법 역시 일반 교사의 행위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적정 체벌' 허용했던 과거…현재는 전면 금지·신고 의무화
과거와 달리 현재 교육 현장의 법적 기준은 크게 변했다.
과거 대법원 판례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교육상 필요에 의한 적정한 체벌은 징계권의 행사로서 정당행위로 인정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도구 등을 이용해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체벌이 전면 금지됐다.
또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학교장과 교사 등은 직무를 수행하며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즉시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됐다.
현실적 대안은 심리 지원과 입법적 해결…예외적 구제 가능성도
법리적 한계로 인해 사법적 배상은 어렵더라도, 실질적인 구제를 위한 소송 외적인 접근은 가능하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피해자는 국가트라우마센터를 통해 심리상담 및 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일본이 생명·신체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를 20년으로 연장한 사례처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적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적 공론화가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예외적으로 가해 교사가 스스로 피해 사실을 인정하거나 일부를 변제해 채무를 승인하는 경우에는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되어 그때부터 새로 소멸시효가 진행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