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확산되는 '수돗물 유충' 민원⋯책임자 처벌은 안 되지만, 소송 가면 수천억대 배상금
점점 확산되는 '수돗물 유충' 민원⋯책임자 처벌은 안 되지만, 소송 가면 수천억대 배상금
인천 이어 전국에서 "수돗물에서 유충 나왔다" 민원 빗발쳐⋯21일 기준 총 838건
수돗물 관리 책임 있는 공무원들의 형사처벌은 어려워
만약 해당 지역 주민들이 소송 나서면 수천억대 배상금 예상

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관련 민원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관련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셔터스톡⋅편집=이지현 디자이너
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관련 민원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관련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현재 접수된 민원은 총 838건. 인천 서구에서 첫 민원이 접수된 이래 불과 11일만으로 인천 717건, 경기 94건, 부산 19건, 서울 3건, 대전 3건, 울산 2건으로 폭증했다.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천에서 민원이 접수된 지역 주민만 총 142만 9759명. 인구 규모가 적지 않은 광역시에서 연달아 문제가 발생한다면, 피해 주민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만약 원인이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부실로 밝혀진다면, 주민들은 어떤 법적 보상⋅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또한, 수돗물 관리 책임이 있는 관계자 처벌도 가능할까.
일단 인천시는 이번 유충 피해에 대해 생수 지급과 필터 교체 비용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과거 붉은 수돗물 사태 때도 피해를 입은 주민은 63만여명에게 331억 7500만원을 들여 생수 구입비와 필터 교체비, 수질 검사비, 상하수도요금 등을 보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들은 인천 외 유충 피해를 겪고 있는 다른 지역들도 직접적인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과거 인천 사례를 기준으로 본다면 △생수 구입 △필터 교체비 △정화조 청소비 △수질 검사비 △의료비(유충으로 인한 피부질환과 내과 진료)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비용은 어떻게 책정될까. 법무법인 태림의 신상민 변호사는 "수십만의 주민 개별적으로 따져서 산정하기에 행정상 무리가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각 항목(생수, 샤워기 필터 등)들의 시장 가격을 더한 특정액을 보상 비용으로 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법률 자문

변호사들은 수돗물 유충 발생에 대해 관리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① 직무유기죄
먼저 직무유기죄를 검토해봤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지자체장 등의 공무원이 어떤 조치를 취하기만 하면 직무유기죄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직무유기죄로 처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게으르거나 형식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경우에 불과하다면 성립하지 않는다. 만약 관련 공무원들이 일단 직무집행의 의사로 직무를 수행했다면, 그 내용이 위법한 것으로 평가돼도 이 죄를 묻기 어렵다는 취지다.
② 업무상과실치상
업무상 주의를 다하지 않아, 타인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성립하는 '업무상과실치상'. 안 변호사는 "과실과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해당 혐의가 성립하는데, 이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시 공무원의 과실로 인해 주민들에게 상해가 발생한 경우여야 한다. 하지만 수돗물 유충 문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문제와 함께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붉은 수돗물 사태 관련해서도 일부 시민단체 등이 박남춘 인천시장과 관계자들을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변호사들은 유충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 위자료가 인정된다면, 그 액수는 1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상민 변호사는 "10만원선에서 인정될 것"이라고 했다.
안병찬 변호사는 "위자료 액수는 인천시가 주의 의무를 위반해 유충이 수돗물로 유입되는 것을 방치하게 된 경위와 수질오염 사고가 발생한 기간, 음용량 등을 참작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판례에 비추어 10~20만원 안팎 정도로 추정된다"고 했다.
지난 2017년 있었던 비슷한 사례에서 서울중앙지법은 해당 주민들에 10만원 또는 20만원의 배상액을 인정했다.
만약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그 금액은 천문학적이다. 21일, 환경부가 소량의 유충이 발견됐다고 밝힌 인천 공촌·부평, 울산 회야, 경기 화성 등 7곳의 정수장의 경우를 가늠해보면 그렇다.
로톡뉴스 취재 결과 각 정수장은 읍, 면, 군 단위 등 여러 지역에 걸쳐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부평 정수장의 경우 부평구와 계양구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영향을 받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83만 2612명에 해당하는 인구다. 회야 정수장은 울산 동구 지역과 남구·북구·울주군 일부 지역을 포함한다. 동구 지역 인구만 따져봐도 16만 6992명. 나머지 정수장들도 정수장이 있는 지역 전체 또는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위자료를 최소 10만원으로 잡아도 수천억대에 이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