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건너고 있는데 그 앞 지나간 경찰차,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여부 따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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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건너고 있는데 그 앞 지나간 경찰차,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여부 따져봤다

2021. 08. 04 20:46 작성2021. 08. 09 14:00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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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차면 이렇게 운전해도 되는 건가요" 글과 함께 올라온 영상

해당 지구대 관할 경찰서 관계자 "역주행은 절대 아니야"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여부는 판단 유보⋯영상을 본 변호사의 분석은?

지난 2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블랙박스 영상.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 앞으로 경찰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찍혔다. 글쓴이는 "경찰차면 이렇게 운전해도 되는 거냐"며 "역주행에 보행자 보호 위반이다"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경찰청 블로그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수원의 한 교차로. 신호가 바뀌면서 경찰차 한 대가 직진을 했다. 그런데 경찰차가 녹색불로 바뀐 횡단보도 쪽으로 핸들을 꺾었다. 그리고 걸어가는 시민들 앞을 지나갔다. 동선을 보아하니 우측 전방에 위치한 지구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이 모습이 찍힌 영상이 지난 2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당시 경찰차 뒤를 따르던 운전자가 자신의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공개한 것. 그는 "경찰차면 이렇게 운전해도 되는 거냐"며 "역주행에 보행자 보호 위반이다"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상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상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영상에 등장하는 지구대에 문의했다⋯당시 경찰차는 지구대로 복귀하던 길

먼저 로톡뉴스는 영상 속, 해당 지구대로 향하던 경찰차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아봤다.


해당 지구대를 관할하는 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2일, 교통사고 신고 처리를 마치고 지구대로 복귀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적된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에 해당 관계자는 "역주행은 절대 아니다"라며 "정상적인 진행 방향"이라고 했다. 이어 "지구대 진입로가 상당히 어렵게 돼 있다"며 "횡단보도를 거치지 않으면 진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지구대는 교차로 모퉁이에 위치해있고, 바로 앞에는 횡단보도가 있다.


"다른 방법으로 지구대로 돌아오는 방법도 있지만 상당히 우회를 해야 한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해당 관계자는 "(그 상황이 통행에 있어) 안전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면서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은 해석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정확하게 결론 내리기 어렵다"고 했다.


영상을 바탕으로 표기한 경찰차의 진행 방향. /국토지리정보원⋅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영상을 바탕으로 표기한 경찰차의 진행 방향. /국토지리정보원⋅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도로교통법 시행령상 '긴급 업무' 수행할 때만⋯예외적으로 끼어들기 등 허용

역주행은 아니지만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은 판단이 필요하다는 관계자.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어떻게 판단할까.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상을 살펴본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도 "역주행은 아니다"라면서 경찰 관계자 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은 문제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영상을 바탕으로 봤을 때) 초록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보행자가 지나고 있다면 운전자는 차량을 멈춰야 한다"며 "긴급한 공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면 몰라도 지구대에 복귀하는 길이었다면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 '법무법인 오현'의 유웅현 변호사, '제이앤유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엄진 변호사. /로톡DB
(왼쪽부터)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 '법무법인 오현'의 유웅현 변호사, '제이앤유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엄진 변호사. /로톡DB


범인을 체포하는 등의 '불가피한 상황'일 때만 예외적으로 법규 위반이 허용된다는 취지.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2조(긴급자동차의 종류)에 따르면 "경찰차가 범죄수사와 교통단속, 그 밖의 긴급한 경찰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다.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차는 도로교통법 제30조(긴급자동차에 대한 특례)에 따라 속도 제한과 앞지르기, 끼어들기, 신호위반 등 총 12가지의 금지 행위가 허용된다. 신속하게 출동하고 제때에 공무수행을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법무법인 오현의 유웅현 변호사는 "사건과 관련된 긴급 출동 상황이 아닌 통상적인 업무를 할 때는 법규를 지켜야 한다"며 "경찰이라고 특별한 대우를 받을 게 없다"고 했다.


제이앤유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엄진 변호사도 "일반인이 교통법규를 어기면 면허정지 취소까지 되는 불이익을 받는다"며 "모든 경찰 업무에 대해 법규를 위반해도 된다고 하면 남용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특정 업무에 대해서만 허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량까지 '긴급차량'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변호사들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해당 경찰차는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소지가 높다. 덧붙여 당시 상황은 경찰차를 긴급차량으로 보기도 어렵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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