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물, 칫솔에 뿌린 락스…칼보다 무서운 일상 속 흉기, 법으로 보면?
펄펄 끓는 물, 칫솔에 뿌린 락스…칼보다 무서운 일상 속 흉기, 법으로 보면?
법원, 끓는 물·기름 등도 '위험한 물건' 간주
특수상해 적용 시 가중 처벌

화상 입은 태국인 아내 모습. /연합뉴스
"다른 남자 만날까 봐 얼굴을 못생기게 만들고 싶었다."
잠든 아내의 얼굴에 펄펄 끓는 물을 들이부은 40대 남성의 엽기적인 범행 동기가 충격을 주고 있다. 남편은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실수로 쏟았다"며 말을 바꿨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남성이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흉기를 들지 않았더라도 끓는 물 자체가 법적으로 위험한 물건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22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로엘 법무법인 윤치웅 변호사가 출연해, 일상 속 도구가 흉기로 돌변했을 때 적용되는 '특수상해' 법리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뤘다.
"앗 뜨거!" 끓는 물, 법정에선 흉기와 동급
경기 의정부시에서 발생한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가해자가 사용한 끓는 물의 위험성이다. 일반적인 폭행이나 상해가 아닌,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범죄로 인정될 경우 처벌 수위가 대폭 높아지는 '특수상해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윤치웅 변호사는 방송에서 "법원은 끓는 물에 대해 일관되게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판결하고 있다"며 "가해자는 뜨거운 물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으므로 특수상해죄가 적용돼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편의 진술 번복은 통할까. 윤 변호사는 "초기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번복되더라도 법원은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초기 진술을 중요하게 본다"며 "고의로 저지른 계획범죄이자 특수상해에 해당하여 엄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칫솔에 뿌린 락스, 안 다쳐도 '특수상해미수'
날카로운 칼이나 끓는 물만이 '위험한 물건'은 아니다. 남편 칫솔에 곰팡이 제거용 락스를 뿌린 아내의 사건도 도마 위에 올랐다. 남편은 위염과 식도염 증세를 호소하며 아내를 고소했고, 검찰은 아내를 '특수상해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피해자가 크게 다치지 않았는데도 처벌이 가능할까. 윤 변호사는 "형법상 상해죄와 특수상해죄에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있다"며 "설령 피해자가 큰 상처를 입지 않았더라도 위험한 물건(락스)을 이용해 해를 가하려 한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끓는 식용유 테러, '살인미수'급 중형 가능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이웃에게 끓는 식용유를 부은 60대 남성의 사건은 더욱 심각하다. 피해자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는 중상을 당했다.
윤 변호사는 "피해자의 부상 정도에 따라 처벌 조항이 달라지는데, 회복이 어려운 난치병이 발생하면 '중상해죄'가 적용된다"며 "이 사건의 경우 끓는 기름이라는 위험한 물건을 사용했으므로 '특수중상해죄'로 혐의가 변경될 수 있으며, 이는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으로 살인미수에 버금가는 중형"이라고 분석했다.
오토바이 사고는 왜 무죄?
반면,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고 있었음에도 특수상해가 인정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오토바이를 몰다 입주민과 시비가 붙어 다치게 한 사건에서, 법원은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유는 고의성의 부재다. 윤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과 재판부는 피고인이 상해를 의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위험한 물건(오토바이)을 소지했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특수상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법의 심판대 위에서는 '무엇을 들었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휘둘렀느냐'가 유무죄를 가르는 결정적 열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