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3주 만에 또 대법 판결 취소…두 최고 사법기구 간 갈등 격화
헌재, 3주 만에 또 대법 판결 취소…두 최고 사법기구 간 갈등 격화
GS칼텍스 등 재심 기각 판결 3건 취소…역대 3번째
헌재 "한정위헌도 위헌"…2번째 판결 취소 때와 같은 판단
대법 "'최고 법원'은 대법원이라는 입장에 변화 없어"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30일에 역대 두 번째 법원 판결 취소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지난 21일에도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1997년 12월 이길범 전 의원 소득세 부과 사건.
2022년 6월 제주대 교수 뇌물 사건.
2022년 7월 GS칼텍스 법인세 사건.
헌법재판소가 3주 만에 대법원의 재판을 취소했다. 지난 1997년과 지난달에 이은 역대 세 번째 재판 취소다. 헌재는 이번에도 '법률의 해석 권한이 법원뿐만 아니라 헌재에도 있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고, 대법은 "최고 법원은 대법원"이라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지난달, 헌재는 25년 만에 '대법원의 재판'을 취소하며 대법원과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당시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 판단을 통제하면 심급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이번에도 헌재와 대법원의 갈등 구조가 예상된다.
헌재는 지난 21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구 조세감면규제법(1993년 개정 이전의 법률) 부칙 23조'에 대한 헌재 한정위헌 결정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의 재심 기각 판결을 취소했다.
한정위헌은 "어떤 조항은 위헌"이라는 단순위헌과 달리 "조항 자체는 위헌이 아니지만, 법원이 ~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결정이다. 헌재는 한정위헌도 위헌결정의 한 형태로서 법원을 기속(羈束)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당 헌법소원을 청구한 GS칼텍스는 지난 1990년 상장하려는 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구 조세감면규제법에 근거해, 자산 재평가를 하고 주식 상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 2003년 상장을 포기하면서 자산 재평가는 취소됐고, 세무 당국은 개정 이전 법령의 부칙에 따라 1990년도 이후 법인세 등을 다시 계산해 GS칼텍스에 707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GS칼텍스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08년 "법이 개정됐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부칙이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며 GS칼텍스의 패소로 판결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5월 헌재는 이런 대법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경과 규정이 없는 한, 법률이 개정되면 부칙은 효력을 잃게 되고 이런 조항이 유효하다고 해석한다면 일종의 입법행위가 돼 권력분립 원칙을 침해한다는 '한정위헌' 결정이었다.
GS칼텍스는 이런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근거로 재심을 청구했으나 서울고법은 "한정위헌 결정은 법률조항을 해석·적용한 것이지 조항 자체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판단한 것이 아니다. (한정위헌 결정은) 법적 근거 없이 행해진 것이므로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규정의 효력이 상실되지도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GS칼텍스는 대법원의 판결과 서울고법의 재심 기각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렇게 사건을 9년 동안 심리해 온 헌재는 이날 GS칼텍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지난 6월 30일 결정한 재판 취소 때와 마찬가지로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은 그 자체로 헌재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GS칼텍스 측 청구의 발단이 된 707억 과세 처분과 과세처분 취소소송 패소 판결 자체는 2012년 한정위헌 결정 이전에 나온 것이므로 심판 대상이 아니며, 취소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이 GS칼텍스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부분만 취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헌재는 이날 KSS해운이 제기한 조세 소송과 롯데디에프리테일의 소송 관련 대법원의 재심 기각 판결도 수년간의 심리 끝에 같은 취지로 취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