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하지마" 회사가 근로자 목숨값 저울질하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 세 가지
"신고하지마" 회사가 근로자 목숨값 저울질하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 세 가지
3m 높이에서 근무 중 추락사한 사건⋯"회사 측에서 119신고 막았다" 유족 주장
산재 사고가 발생했을 때 119 신고 막는 일 비일비재
산재를 은폐해서 얻는 이익이, 알리지 않는 것보다 크다

회사에서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119 신고를 막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대체 회사는 왜 신고를 막는 걸까.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3m 높이에서 용접 일을 하다가 추락해 결국 목숨을 잃은 아버지. 아들 A씨는 아버지의 병원 이송이 늦었다는 의심이 들어 사실관계를 확인하다가 회사 관계자가 119 신고를 막았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23일 SBS에 보도된 실제 사례다.
놀라운 건 이렇게 회사에서 119 신고를 막는 경우가 산재 사고에서 비일비재하다는 점. 회사는 앰뷸런스 택시나 자차 등을 이용해 직원을 병원에 데려간다. 외부에 사고를 감추기 위해서다. 산재 사고를 포함해 노동 분야 사건을 많이 다뤄본 법무법인 이평의 양지웅 변호사는 "119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고 말했다.
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급한 응급 환자는 1분 1초가 골든타임. 직원을 살리는 방법은 빠른 119 신고인데 회사는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 취재 결과 구조적인 이유가 있었다.
사고를 은폐하거나 최악의 경우 직원이 사망해도 회사가 부담해야 할 법적 책임은 적다. 하지만 이를 숨기면 얻는 이익은 크다.
이유 ① 산재 보험료 인상을 막을 수 있다

산재보험에 가입한 회사는 직원이 다치면 산재보험으로 처리한다. 보험에서 직원의 진료비가 나오기 때문에 회삿돈이 별도로 들어갈 일이 없다. 직원 입장에서도 산재처리가 돼야 추후 재발하면 치료비를 받을 수 있고, 장해가 생겼을 때 보상도 쉽다. 하지만 산재 발생 건수가 많아지면 회사가 납부하는 보험료는 올라간다. 이를 '개별실적 요율제'라고 한다.
119 신고 기록은 회사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공식 기록이 된다. 양지웅 변호사는 "119 신고는 사고 발생의 객관적 증거이자 산재 입증의 첫 단계"며 "(산재 발생 시) 보험료 인상이 있기 때문에 사업주들이 119 신고를 등한시한다"고 했다. 회사 차원에서는 산재 보험료가 변경되는 것을 막는 것이 이익이고, 보험료 증가의 계기가 될 수 있는 119 신고를 애초에 막는다는 취지다.
이유 ② 산재 없는 회사일수록 계약 수주 쉬워진다
다른 업체의 일감을 받아 운영하는 회사들이 있다. 원청의 수주를 받는 하청업체도 그중 하나다. 이런 경우 산재 발생은 더 치명적이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산재 기록이 있으면, 경쟁입찰에 있어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일감을 주는 원청 업체는 다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위험한 하청 업체와 일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원청과의 계약으로 먹고사는 하청업체가 사고를 은폐하는 이유다. 양 변호사는 "특히 정부에서 주도하는 공사의 경우 업체의 산재 발생 사실이 보고가 된다"며 "사망 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가 있었다면 공사 입찰에서 불이익이 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는 사고를 은폐하고 직원의 치료비를 직접 부담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취지다.
아울러 산재가 발생하면 노동청의 조사를 받는데 그 과정에서도 공사가 중단될 수도 있다. 양 변호사는 "공사가 중지되면 하루하루가 비용인데 회사에는 상탕한 타격"이라고 했다.
반면 산재를 은폐해도 회사가 불이익을 받을 확률은 낮다. 우선 ❶사건 자체가 적발될 확률이 높지 않고 ❷적발 된다고 해도 실제 처벌 수위가 무겁지 않은 탓이다.
먼저 '적발 확률이 낮은'(❶) 이유에 대해 양지웅 변호사는 "회사 측은 산재를 은폐하면서 근로자와 합의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때 회사 측이 약속된 합의금을 주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근로자가 고발하지 않으면 적발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회사 측에서 직원을 입막음하기 위해 합의를 시도하기도 한다. 직원 입장에서는 회사 측이 합의를 어기지 않는 이상 사고 은폐를 알릴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만약 사고 은폐가 알려져도 서로 합의한 사실이 있다면 '처벌 수위'(❷)가 높지 않다. 양지웅 변호사는 "처벌 수위가 약하다"며 "실형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벌금형에서 끝난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이런 '계산법'에 큰 변화가 생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현행 산안법의 경우보다 처벌 수위가 무겁고 경영진까지 산재 책임을 지도록 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는 산재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중대재해로 보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을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을 병과(倂科)할 수 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제3조⋅적용범위). 이런 경우 회사가 '사고 은폐'를 선택할 여지는 여전히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