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아이디 좀 빌려줘" 부탁은 정중히 거절하세요,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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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아이디 좀 빌려줘" 부탁은 정중히 거절하세요,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까요

2020. 04. 07 09:39 작성
최종윤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jy.choi@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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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 바꾸고 채팅 기록도 증거로 남겨놨지만⋯사기죄 공범 또는 방조범 될 듯

친한 친구의 부탁으로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사이트 아이디를 빌려줬던 A씨. 찝찝한 마음에 로그인했다가 친구가 올린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이디 좀 빌려줄 수 있어?"


A씨는 친한 친구 B씨의 부탁으로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사이트 아이디를 빌려줬다. 빌려주는 과정에서 비밀번호 변경을 위해 필요한 인증 문자는 물론, 자신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번째까지 제공했다.


친구를 믿긴 했지만 아무래도 찝찝한 마음에 오후에 사이트에 다시 접속해 본 A씨. 그곳에서 B씨가 벌인 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B씨는 A씨의 아이디로 "마스크 100매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고, 두 명으로부터 총 30만원의 돈을 받았다. 하지만 돈만 받았을 뿐 물건을 보낸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놀란 마음에 아이디의 비밀번호를 다시 바꾸고, B씨의 채팅 기록은 캡처해 뒀다. A씨는 B씨가 상대방을 속이고 돈을 받은 것이라면, 아이디를 빌려준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진 않을까 두렵다.


"나는 정말 몰랐어요" 주장 안 통하는 이유

만약 B씨가 있지도 않은 마스크를 판매할 것처럼 거래를 시도해 돈을 받은 것이라면 해당 행위는 사기에 해당한다.


우리 형법은 사람을 기망(欺罔)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는 제347조의 사기죄를 적용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문제는 A씨가 이런 사기 행위에 연루됐다는 점이다. 범죄에 아이디를 사용하도록 허락한 부분은 어떻게 평가될까. 변호사들은 A씨가 사기죄의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으로 수사를 받을 것으로 봤다. 추후에 "몰랐다"고 주장해도, 비밀번호를 바꿨다고 해도 그렇다고 했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 안병찬 변호사는 "A씨는 사기죄의 정범 또는 공범으로 수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하진규 변호사는 "비록 캡처나 증거수집을 했으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증거를 만드는 공범들도 많아 수사기관이 쉽게 믿지 않는다"면서 "혐의를 벗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수사가 진행되기 전에 자진신고 하는 등 선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법원도 '미필적 인식' 있었다면 사기죄로 처벌

변호사들의 경고처럼 실제 법원은 A씨와 비슷한 사례에서 유죄를 선고하고 있다. 우리 법원은 "명확히 알고 있지 않더라도 미필적인 인식⋅예견이 있었다면 사기죄"라는 입장이다.


지난 2016년 서울중앙지법(2016노1611)은 사기에 사용된 인터넷 쇼핑몰 아이디를 빌려준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B씨는 재판에서 "범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적극적인 인식은 없었다 하더라도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은 있었다고 할 것이어서 방조의 고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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