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기일 뿐"이라던 배우의 손길…법원은 ‘강제추행’으로 봤다
[단독] "연기일 뿐"이라던 배우의 손길…법원은 ‘강제추행’으로 봤다
'AI 학습용 영상' 촬영 중 상대 배우 성추행
8시간 예방교육 시정명령에 불복했다가 형사재판 유죄 판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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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습 영상 촬영 중 배우의 가슴 접촉이 ‘연기 실수’가 아닌 강제추행으로 인정됐다. /셔터스톡
"뺨을 때리는 장면이었는데, 손이 가슴을 향했습니다."
"멱살을 잡기로 했는데,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었습니다."
인공지능(AI) 학습용 영상 촬영 현장에서 상대 배우 B씨(여, 49세)를 두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성희롱 예방 교육 8시간' 시정명령을 받은 배우 A씨.
A씨는 "연기였을 뿐, 성적 의도는 없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 과정에서 A씨의 행위가 단순 성희롱을 넘어 '강제추행'이라는 형사 범죄에 해당한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합의와 달랐던 두 번의 신체 접촉
사건은 2022년 11월과 12월, 편의점과 요양원에서 진행된 영상 촬영 중에 발생했다. AI가 영상 속 특정 상황을 인식하도록 학습시키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드라마처럼 실감 나는 연기나 과도한 신체 접촉은 필요 없는 촬영이었다.
첫 번째 사건은 편의점에서 벌어졌다. B씨의 진술에 따르면, 당초 "뺨을 때리는 연기를 위해 어깨를 치기로" 합의했지만, A씨는 손으로 B씨의 오른쪽 가슴 부위를 때렸다. B씨는 즉시 PD에게 항의했지만, 현장 분위기상 촬영을 중단하지는 못했다.
두 번째 사건은 한 달 뒤 요양원 촬영에서 일어났다. B씨는 A씨의 이전 행동에 불쾌감을 느껴 "멱살을 잡는 연기 대신 어깨를 잡아달라"고 미리 요청했다. 하지만 A씨는 이번에도 약속을 어기고 손으로 B씨의 오른쪽 가슴을 움켜쥐듯 만졌다. 결국 B씨는 촬영 중단을 선언하고 귀가한 뒤, A씨를 성추행 혐의로 신고했다.
"실수였다"는 변명 vs "의도된 행동"이라는 법원
A씨는 재판 내내 "가슴을 만진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편의점에서는 턱 밑 머리카락을 때렸을 뿐이고, 요양원에서는 상황에 맞게 팔을 밀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영상 감정 결과와 촬영 PD의 진술 등을 근거로 피해자 B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의도된 것'이었다고 못 박았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 불필요한 접촉: AI 학습용 영상이라는 촬영 목적상 과격한 신체 접촉이 필요 없었다.
- 반복된 행위: 1차 추행 후 B씨가 명확히 항의했고, 멱살 장면을 어깨로 바꾸자고 요청했음에도 또다시 합의되지 않은 가슴 부위 접촉을 했다.
- 사과 태도: 2차 추행 직후 B씨가 항의하자, A씨가 멋쩍게 웃으며 사과한 점 역시 고의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봤다.
'8시간 교육' 피하려다 '징역형' 위기
결국 법원은 A씨의 행위가 예술인권리보장법상 '성희롱'이자 '성폭력'에 해당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의 '성희롱 예방 교육 8시간 이수' 시정명령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더 나아가, 이 행정소송과는 별개로 진행된 형사재판에서 A씨는 강제추행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연기'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의 인격을 침해하는 행위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명백한 범죄임을 법원이 명확히 한 것이다. A씨는 현재 이 형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참고] 서울행정법원 2024구합51257 판결문 (2025. 6. 26.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