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경기장서 '눈 찢기'...한국에서 했다면 처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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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미 월드컵 경기장서 '눈 찢기'...한국에서 했다면 처벌될까?

2026. 06. 16 10:05 작성
송광범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kb.song@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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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제스처도 모욕죄 검토 대상

'무례한 몸짓'만으론 처벌 문턱 높아

한 남성이 인종차별 해석 여지가 있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 서경덕 교수 SNS 캡처

아시아인을 조롱하는 '눈 찢기' 제스처를 한국에서 특정인을 향해 했다면 모욕죄와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 된다. 다만 차별적이고 불쾌한 행동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이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논란은 월드컵 경기장에서 촬영된 영상에서 시작됐다. 한국인 인플루언서 A씨 뒤에 앉은 남성이 카메라를 향해 양손으로 눈을 찢는 듯한 동작을 했다. 영상은 SNS에서 빠르게 퍼졌다.


이번 사건은 해외에서 벌어져 우리 형법과 민법을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만약 이와 똑같은 일이 한국 땅에서 벌어졌다면, 가해자에게 어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혐오 제스처도 특정인 향하면 모욕 문제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 처벌한다고 정한다. 여기서 모욕은 구체적 사실을 말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낮출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다.


인종이나 출신을 이유로 한 혐오 표현도 예외는 아니다. 특정 피해자를 향했고 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낮출 정도라면 모욕죄 검토 대상이 된다.


'눈 찢기' 제스처는 아시아인을 조롱하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인인 A씨가 영상을 촬영하는 상황에서 바로 뒤에 앉은 사람이 카메라를 향해 그런 동작을 했다면 A씨를 겨냥한 모욕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불쾌함만으론 부족...최근 판단은 신중


하지만 모욕죄는 단순히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했다는 이유로 성립하지 않는다. 최근 대법원은 무례하거나 예의에 벗어난 표현,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은 원칙적으로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이 기준은 주로 말이나 글 같은 언어 표현을 두고 나온 판단이다. '몸짓'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는 별도 쟁점이다.


결국 표현의 내용만 보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 나왔는지, 누구를 향했는지, 주변 사람이 어떻게 인식할 수 있었는지, 표현의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까지 함께 따진다.


이 점에서 몸짓만 문제 된 사건은 더 조심스럽다. 욕설, 댓글, 글처럼 말이나 문장으로 된 표현은 판단 기준이 비교적 쌓여 있다. 반면 비언어적 제스처만으로 모욕죄가 성립한다는 확립된 판단은 충분히 확인되지 않는다.


기분을 상하게 하는 순간적 몸짓이나 감정적 행동은 모욕죄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의 형사 쟁점은 "인종차별적이라 문제 된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제스처가 특정인의 외부적 명예를 낮출 정도였는지가 핵심이다.


공연성보다 어려운 건 '특정성'


경기장 관중석은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누군가에게 전해질 가능성만 문제 되는 상황이 아니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직접 볼 수 있는 자리다. 이 점은 공연성, 곧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인정하는 데 유리하다.


더 어려운 부분은 피해자 특정성이다. 모욕죄는 특정 사람에 대한 모욕이어야 한다. 특정 민족이나 인종 전체를 향한 조롱으로만 해석되면 개별 피해자에 대한 모욕죄 성립은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제스처가 A씨 바로 뒤에서, A씨가 촬영하는 카메라를 향해 이뤄졌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단순히 아시아인 일반을 조롱한 행동이 아니라 A씨를 겨냥한 행위로 볼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명예훼손보단 모욕죄가 중심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해야 한다. 이 사건처럼 특정 사실을 말하지 않고 조롱성 제스처만 한 경우라면 명예훼손죄는 성립하기 어렵다.


그래서 형사 쟁점은 모욕죄로 모인다. 모욕죄가 인정되더라도 피해자의 고소가 필요하다. 형법 제312조는 모욕죄를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죄로 정하고 있다.


고소기간도 있다. 피해자가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고소할 수 없게 된다. 영상이 퍼졌다는 사정만으로 수사와 처벌이 자동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형사와 별개로 손해배상은 남아


형사처벌이 불확실하다고 해서 민사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나 과실로 위법하게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배상 책임을 정한다.


민법 제751조는 명예 침해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인정한다. 인종차별적 제스처로 특정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입고 영상 확산으로 피해가 커졌다면 손해배상 청구가 검토된다.


다만 위자료 액수는 별개 문제다. 사과 여부, 확산 범위, 피해자가 입은 실제 손해, 행위자의 지위와 반복성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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