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물 '월트 디즈니'와 '스티브 잡스'가 모두 이용한 제도, 신탁
세계적인 인물 '월트 디즈니'와 '스티브 잡스'가 모두 이용한 제도, 신탁
자산가들만이 아닌 모든 국민을 위한 노후 대비 제도 '신탁'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좌)와 기업 애플의 공동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우)의 생전 모습. /위키미디어 커먼즈
월트 디즈니와 스티브 잡스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 이 둘은 미국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인물로 뽑힌다. 두 번째, 이 둘은 모두 생전에 겨울왕국과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대주주였다. 마지막 세 번째 공통점은? 월트 디즈니와 스티브 잡스 모두 생전에 보유했던 월트 디즈니 컴퍼니 주식이 모두 본 글을 통해 소개하고자 하는 '신탁'제도를 통해 상속인들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2020년 업무계획에서 '신탁' 관련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국민 노후 대비를 위한 대표적인 종합 자산관리 제도로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도 함께 밝혔다. 위 발표를 계기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명무실한 제도로 취급되었던 '신탁'에 대해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체 신탁이 어떤 것이기에 향후 수십 년간 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자산관리 제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일까? 신탁(信託, trust)은 그 기원이 고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자산의 관리, 보호 및 증식 수단으로 활용된 제도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법률용어로서의 신탁을 "일정한 목적에 따라 재산의 관리와 처분을 남에게 맡기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대부분의 법률용어가 그렇듯이 그 정의만으로는 쉽게 실체가 와닿지 않지만 앞서 언급한 월트 디즈니와 스티브 잡스 등 이 제도를 실제로 이용한 사례를 보면 신탁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겨울왕국과 마블 시리즈를 제작한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창업주 월트 디즈니. 그는 생전에 그의 가족들에게 자신의 자산을 물려주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디즈니는 아내를 비롯한 친척들이 자신의 자산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장기간 수익을 얻기를 희망하였고 유언장을 통해 자산 전체를 신탁으로 관리하도록 하였다. 위 신탁을 통해 디즈니의 자산은 그의 사후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도 수익은 아내와 친척 및 자선단체에 고루 분배될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 또한 신탁을 이용해 자신의 부인 로렌 잡스에게 자산을 상속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잡스는 자신이 운영하던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 매각하면서 월트 디즈니 컴퍼니 전체 주식의 7.7%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에 그는 사망 전 법인을 설립해 위 주식과 자신이 보유하던 애플 주식을 모두 신탁하였다. 로렌 잡스는 스티브 잡스 사후 무려 10조 원 상당의 위 신탁재산에 대한 관리, 수익 권한을 취득하여 순식간에 세계 여자 부호 13위의 자산가로 등극하였다.
엘비스 프레슬리. /유튜브
로큰롤의 제왕이자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엘비스 프레슬리 역시 신탁제도를 이용했다. 그는 자신이 사망 시 남은 자산을 신탁으로 아버지가 관리하되 수익은 그의 딸과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가 함께 나누도록 하였다. 이후 엘비스 프레슬리의 아버지와 할머니가 사망함에 따라 최종적으로 신탁재산은 모두 그의 딸에게 돌아갔다.
이와 같이 신탁제도는 자신이 지정한 사람 또는 설정해 둔 목적을 위해 자신의 재산이 사용되도록 특정 개인 또는 법인에 그 관리와 처분을 맡기는 것이다. 재산을 맡기는 사람인 '신탁자', 그 재산을 맡는 사람인 '수탁자' 그리고 그 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누리는 사람인 '수익자'의 삼각 구조를 주요한 특징으로 한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례에서도 '엘비스 프레슬리(신탁자)-아버지(수탁자)-엘비스 프레슬리의 딸·할머니·아버지(수익자)'로 이어지는 신탁의 삼각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신탁제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신탁자가 신탁 재산으로 인해 이익을 볼 수익자와 그를 위해 재산을 관리할 믿을 수 있는 수탁자를 마음대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신탁제도의 유연성에 금융위원회도 주목하여 향후 대표적인 국민 노후 대비 종합 자산관리 제도로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6년에 인구 100명 중 20명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비단 금번 금융위원회의 발표가 아니더라도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현시점에서 신탁은 단순히 자산가들만이 아닌 모든 국민을 위한 노후 대비 제도로써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만으로 충분히 관심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필자는 앞으로 매달 본 칼럼을 통해 신탁제도를 가능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김동균 변호사는 로스쿨 재학 중 우연히 미국과 일본의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특수한 법 제도를 접하였고,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고령화 사회 진입과 그에 따른 법률제도 변화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상속 신탁을 포함한 고령화 시대의 화두인 자산관리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고, 현재는 상속 신탁연구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앞으로 본지에서 '신탁'이 무엇인지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 연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