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교도소' 재소자 4만명 소송하면? 국가는 355억 보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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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교도소' 재소자 4만명 소송하면? 국가는 355억 보상해야 한다

2019. 11. 06 18:14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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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명 중 4만명이 '신문지 4장' 크기에서 생활

"비좁다" 8년간 소송 61건⋯ 법무부, 10건 중 7건은 소송서 져

재소자 4만명, 단체로 소송 시 국가 배상금 355억 넘을 듯

'신문지 4장' 크기에서 생활하는 재소자가 약 4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이 모두 소송을 제기한다면 국가는 이들에게 약 355억원을 보상해줘야 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공통점이라고는 "감옥 살다 나왔다" 뿐인 A씨, B씨, C씨. 이들은 얼마 전 국가로부터 현금 수백만원씩을 받아냈다. "비좁은 교도소에서 고통받았으니 국가가 보상하라"는 주장이 먹힌 것이다.


이들과 비슷한 생활을 했던 재소자는 수 만명에 이른다. 재소자들이 모두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감옥에서 인간 이하의 대우 받았다" 국가 상대로 소송 건 3명

A씨는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죗값을 치르는 곳이라고는 해도 감옥은 너무 좁았다. 1인당 수용면적이 2㎡가 안 됐다. 신문지 4장을 펼친 크기다. A씨는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는다고 느꼈다. 지난해 출소한 A씨는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며 국가를 상대로 "5000만원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사기 등을 저질러 교도소 생활을 했던 B씨와 C씨는 이보다 앞선 지난 2011년 비슷한 소송을 제기했다. "과밀 수용 때문에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공황장애 등을 겪었다"며 "국가는 각각 2000만원과 3000만원을 배상해달라"는 손해배상청구이었다. 이들이 지냈던 교도소의 1인당 공간은 1.44~2.16㎡, 1.23~3.81㎡ 정도였다.


재소자 1명당 허락된 공간 '신문지 4장' 크기

법에서 정한 재소자 1인당 최소 면적은 2.58㎡다. 법무부 규칙과 수용 지침에서 모두 그렇게 정하고 있다. 화장실 면적은 제외하고 이 정도 공간은 한 사람에게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실은 1인당 2㎡도 보장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6년 구치소 내 과밀수용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는데, 당시 재소자 1인당 가용면적은 1인당 1.06㎡에 불과했다. 고 노회찬 의원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실제 이 정도 크기의 신문지를 가져와 바닥에 깔아놓고 직접 누웠다. 그는 "여기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재소자 개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한 배상소송이 잇따랐다. 지난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접수된 국가배상소송은 모두 61건이다. 법무부는 지난 5일 이 가운데 31건이 취하 또는 기각 종결됐고 30건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법에서 재소자 1인당 최소 면적을 정해뒀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박남규 디자이너


'닭장교도소' 재소자 4만명이 모두 보상을 받는다면⋯

앞서 A·B·C씨 세 사람의 재판에서 결정난 손해배상금액은 각각 400만원, 150만원, 300만원이다.


애초 청구한 금액에는 못 미치지만 이들의 호소는 일단 인정된 셈이다. 법원은 "현행법상 교정시설 재소자들에게 1인당 2.58㎡ 이상을 확보해줘야 할 법적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1인당 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소송을 당한 법무부는 "교정시설을 신축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이른바 님비(NIMBY) 현상으로 부지 선정에서부터 어려움이 있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것이 재소자들의 고통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고 노회찬 의원이 재소자 가용면적을 설명하며 신문지를 가져와 직접 누웠다. /노회찬 의원실 제공
고 노회찬 의원이 재소자 가용면적을 설명하며 신문지를 가져와 직접 누웠다. /노회찬 의원실 제공


이런 결과에 따라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었던 재소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일단 과밀수용된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보자.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기준 면적(2.58제곱미터)보다 작은 방에서 생활한 재소자는 3만 6359명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정식 재판 결과가 나온 18건 중에 원고(재소자)가 승소한 사건은 6개다. 이 승소율 33%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1만 1998명이 승소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1인당 평균 배상액은 296만원이었으니, 국가가 배상해야 하는 총액은 355억 1547만원으로 추정된다.


355억 보상은 예상일 뿐⋯'집단소송제' 없어 불가능

하지만 이런 결과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4만명에 가까운 재소자들이 모두 소송을 걸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소송에 참여한 사람에게만 판결의 효력이 적용된다. 완전히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의 법원 판결을 토대로 배상을 받아낼 수는 없다.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 집단소송제가 거론돼왔다. 집단소송제는 일부 피해자가 전체 피해자를 대표해 소송 당사자로 소송을 진행하는 제도다. 만약 소송에서 이기면 나머지 사람들도 똑같은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아직 국내에 없다.


박진현 변호사 "재소자의 처우 개선에 대한 '경종'"

'법무법인 정향'의 박진현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정향'의 박진현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정향의 박진현 변호사는 '교도소 과밀수용에 국가 배상 책임이 있다'고 한 판결에 대해 "향후 재소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대한 경종을 울린 정도로 보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법원 판결에서) 인용되고 있는 금원의 액수가 1인당 약 100만 원 내외인 점, 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것은 과밀수용으로 인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 데 한하고, 재소자들이 주장하는 과밀수용으로 인한 냉난방, 채광, 통풍, 화장실 위생 등의 문제, 그로 인한 공황장애 발생·확대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배척한 점에 비추어 보면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소송을 제기한 재소자들 중 상당수는 각 교도소, 구치소의 처우 개선 방안 마련 등으로 합의 하에 취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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