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 재밌다면 그건 농담이 아닙니다
당신만 재밌다면 그건 농담이 아닙니다
"직접 만진 것도 아니고 너한테만 한 것도 아니잖아" 이 주장 안 통한다
노동법 전문 변호사가 추린 '불쾌한 농담'의 최후

차마 웃을 수 없는 상사들의 불편한 농담. 이를 지적하면 "예민하게 군다"고 오히려 화를 내거나 "격의 없이 지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다 생긴 일"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이 재밌다고 농담이 되는 건 아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안 그래도 힘든 직장생활을 더 힘들게 하는 것들이 있다. 차마 웃을 수 없는 상사들의 불편한 농담도 그중 하나다. 회의에서 또는 회식 자리에서 불쑥 '야한' 농담을 던지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존재한다.
이를 지적하면 "농담인데 예민하게 군다"고 오히려 화를 내거나 "격의 없이 지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다 생긴 일"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는다. 하지만, 자신이 재밌다고 농담이 되는 건 아니다. 성희롱은 성희롱이다.
실제로 '성희롱' 때문에 회사에서 해고된 뒤 "부당하다"며 소송을 낸 사람들의 사례를 대한변협 인증 노동법 전문 한용현 변호사(법무법인 정법)와 함께 가져와 봤다.
① A부장 : 여러 직원이 함께한 회식 자리. 한 직원이 메뉴를 제안하기 위해 "매번 먹는 삼겹살 말고 질적으로 좋은 것을 먹자"고 하자, A는 "'질'적으로 좋은 거? 그거 성희롱이야"라며 큰 소리로 웃었다.
② B팀장 : B는 직원 2명 앞에서 "아~아 나는 자궁이 좋아라. 그 안에 들어가고 싶어라"라면서 자궁의 안락함, 자유 등을 표현하는 시를 읊었다. 직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③ C공무원 : C는 남자직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각종 동영상과 사진·만화·언론 기사를 올렸다. 주로 누군가 신체를 노출했거나 남녀 간 애정행위를 연상시키는 내용이었다.
세 사람 모두 성희롱 혐의가 인정돼 직장 내에서 해임, 파면 등 징계를 받았다. 한용현 변호사는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언동은 엄연한 성희롱이며, 불법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남녀고용평등법에는 성희롱을 '음란한 농담'이나 '음탕하고 상스러운 이야기'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음란한' '음탕한’의 기준은 어느 정도일까. "자신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대법원은 그 기준을 이렇게 정의해줬다.
"우리 사회 전체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심리·판단한다."

A부장 사건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도 "당시 직원들이 당혹스러워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했던 점에 비춰 보면, '다른 직원의 성희롱 발언을 경고하기 위해 한 말'이라는 A부장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고 농담 차원에서 이뤄진 발언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신체 부위를 이용한 언어적 성희롱이 맞다"고 꼬집었다. 한 변호사도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느꼈을 감정을 바탕으로 성희롱이 인정된 사례"라고 했다.
또한, 앞서 사례에 등장한 B팀장과 C공무원의 행위도 모두 성희롱으로 인정됐다.
한용현 변호사는 "공무원 C의 경우는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카카오톡처럼 통신매체를 이용해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를 일으키는 말·글·영상 등을 보낸 사람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위 사례처럼 근로자들이 직장 내 성희롱을 겪을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성희롱 피해자는 사업주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가해자의 부서 전환과 징계 같은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또한 "피해 사실에 따라서 성희롱 가해자에게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게 한 변호사의 설명이다.
한 변호사는 "남녀고용평등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말부터는 사용자가 적절한 조치에 응하지 않는 경우, 피해 근로자가 직접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며 "또한 사용자 책임을 물어 회사 측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사업주가 성희롱 등 피해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손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청구하는 제도가 시행된다"고 전했다.
"성희롱은 다른 직원들의 근무환경이나 직장 질서에 영향을 미치고, 조직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위"라고 한 변호사는 말했다. 본인만 즐거운 불쾌한 농담을 멈춰야 하는 이유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