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60조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수습 가능할까?…장부 거래 허점 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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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60조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수습 가능할까?…장부 거래 허점 찔렸다

2026. 02. 09 13:37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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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통제 시스템 부재가 부른 '팻 핑거' 참사

125개 회수 못 해 발동동

8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60조원대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를 계기로 코인 '장부 거래' 구조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앞을 시민들이 오가는 모습. /연합뉴스

로또 당첨보다 더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졌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이벤트 당첨금으로 약 60조 원에 달하는 비트코인 62만 개가 오지급되는 사상 초유의 금융 사고가 발생했다.


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고란 경제 기자는 이번 빗썸 사태의 전말과 파장을 상세히 분석했다. 단순한 직원 실수인 '팻 핑거(Fat Finger·주문 입력 실수)'가 어떻게 6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고로 이어졌는지 짚어봤다.


원(KRW) 자리에 비트코인(BTC) 입력... 60조 원이 허공에서 찍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일 오후 7시경 진행된 빗썸의 '랜덤 박스' 이벤트였다. 빗썸은 이용자들이 보상을 모아 포인트를 획득하고, 이를 랜덤 박스로 교환하면 포인트 가치 이상의 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고란 기자는 "1,000원짜리 박스를 사면 2,000원이 나와야 하는데, 2,000개의 비트코인이 들어있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695명의 이용자에게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은 총 62만 개에 달한다. 이는 빗썸이 자체 보유한 물량(175개)과 고객 위탁 물량(약 4만 개)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존재하지 않는 코인이 어떻게 지급될 수 있었을까. 핵심은 거래소의 '장부 거래' 방식에 있다.


고 기자는 "전 세계 모든 중앙화된 거래소는 내부에서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블록체인상 이동을 하지 않고 장부상으로만 숫자를 기록한다"며 "이 때문에 거래소가 실제 보유한 코인보다 더 많은 양을 장부상으로 생성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를 걸러낼 안전장치가 전무했다는 점이다. 직원이 원화(KRW)를 입력해야 할 칸에 비트코인(BTC) 단위를 잘못 입력했을 때, 보유량을 초과하는 발행을 막는 경고 시스템이나 교차 검증 절차가 없었다.


2018년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태와 판박이


이번 사건은 2018년 발생한 삼성증권 유령 주식 배당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삼성증권 직원은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로 잘못 입력해, 존재하지 않는 주식 28억 주가 발행되는 사고를 냈다.


고란 기자는 "당시에도 담당 직원의 입력 실수와 상급자의 무비판적인 승인이 겹쳐, 회사가 발행할 수 있는 주식 총한도를 초과하는 물량이 클릭 한 번으로 발행됐다"며 빗썸 사태와 구조적으로 동일함을 지적했다.


다만 시장에 미친 영향은 차이가 있다. 삼성증권 사태 때는 유령 주식이 시장에 매도되면서 한국거래소 전체 주가에 영향을 미쳐 타 증권사 이용자들까지 피해를 봤다.


반면, 이번 빗썸 사태는 빗썸 내부 장부상의 문제였기 때문에,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적으로 8,100만 원대까지 급락했을 뿐 타 거래소 시세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회수 못한 125개 비트코인... 신뢰 회복은 '산 넘어 산'


빗썸은 사태 직후 긴급 조치에 나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완전히 주워 담지는 못했다. 잘못 지급된 62만 개 중 약 125개는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일부 이용자들이 지급받은 코인을 즉시 매도하거나 출금했기 때문이다.


빗썸 측은 피해 수습을 위해 전례 없는 보상안을 내놨다.


고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빗썸은 ▲오지급 물량 매도 쇼크로 인해 시세보다 싸게 판 이용자들에게 차액 전액과 10% 추가 보상(약 10억 원 규모) ▲해당 시간 접속자 전원에게 2만 원 상당 이용권 지급 ▲7일간 전 종목 거래 수수료 무료 등을 약속했다. 또한 1,000억 원 규모의 고객 보호 펀드 조성 계획도 밝혔다.


고 기자는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 보안은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인식된다"며 "이번 사태로 인해 거래소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숙제로 남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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