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업은 끝났는데...새벽 3시, 노숙인이 불 꺼진 영화관으로 향한 이유
[단독] 영업은 끝났는데...새벽 3시, 노숙인이 불 꺼진 영화관으로 향한 이유
영업 종료된 영화관 침입해 소시지·맥주 훔쳐
재판부 "무거운 범죄지만 초범이고 피해 회복 노력 참작"
징역 4개월·집행유예 2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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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매점에 침입해 5차례 소시지와 맥주를 훔친 노숙인에게 법원은 징역형 대신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셔터스톡
모두가 잠든 새벽 3시 41분, 조명이 꺼진 포항의 한 영화관. 직원들도 관객들도 모두 떠난 그곳에 A씨가 찾아왔다. 굳게 닫힌 지상 출입구 대신 지하주차장 차량 출입구를 통해 들어온 그는 익숙한 듯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향했다.
A씨의 목적은 영화 관람이 아니었다. 텅 빈 매점 냉장고 속 소시지와 맥주였다. 영업이 끝난 영화관을 제집 드나들 듯하며 식료품을 훔친 노숙인 A씨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박진숙 판사는 야간건조물침입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닫힌 문 뚫고 7층까지... 5차례 이어진 '심야 먹방'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월부터 포항고속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노숙 생활을 해왔다. A씨의 범행은 지난 3월 28일 새벽 처음 시작됐다.
A씨는 지상 출입구가 잠겨 있자 지하주차장을 통해 건물로 진입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아무도 없는 7층 영화관 매점에 도착한 그는 냉장고에서 소시지 1팩, 맥주 4캔, 음료 1병 등 5만 원어치의 간식과 함께 자리를 떴다.
한 번 뚫린 보안은 A씨에게 '프리패스'나 다름없었다. A씨는 이틀 뒤인 30일 새벽에도, 4월 1일과 2일 새벽에도 같은 영화관을 찾아가 소시지와 맥주를 훔쳤다. 5월에는 같은 건물 내 다른 매장에서 담배를 훔치기도 했다. 약 두 달간 총 5회에 걸쳐 그가 훔친 물품은 26만 8600원 상당이었다.
"야간 침입은 중범죄"... 하지만 법원이 선처한 까닭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단순 절도가 아닌 '야간건조물침입절도'다. 형법 제330조에 따르면 야간에 사람의 주거, 간수하는 저택, 건조물 등에 침입하여 재물을 절취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벌금형 선택지가 아예 없는 무거운 범죄다.
재판부 역시 "야간건조물침입절도죄는 징역형밖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무거운 범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A씨는 실형을 면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시인하고 있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참작했다. 특히 A씨가 노숙 생활을 하는 어려운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을 위해 총 30만 원(영화관 관리자 25만 원, 또 다른 피해자 5만 원)을 공탁하며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이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법원은 A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함께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하며, 다시 한번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기회를 부여했다.
[참고]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25고단683 판결문 (2025. 6. 20.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