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게 추잡스런 짓만" 악플 달고도 처벌 피한 결정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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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게 추잡스런 짓만" 악플 달고도 처벌 피한 결정적 이유

2025. 12. 04 12:51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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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기 현수막' 논란 속 정치인 향한 비난 댓글

법원은 '모욕' 아닌 '표현의 자유' 손들어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게 추잡스런 짓만 하는구나 저러니 떨어지지 쯧쯧 다음에 또 떨어질 듯?"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반대되는 정당의 지역 위원장에게 이 같은 댓글을 남긴 당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를 명백한 '모욕'으로 보고 기소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정치인을 향한 다소 거친 비난, 과연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현수막 하나였다.


지난 2025년 2월, D정당의 당협위원장인 C씨는 지역 일대에 파격적인 현수막을 내걸었다. 경쟁 정당인 B정당의 행태를 비판하려는 의도로 현수막 안에 북한의 국기인 '인공기'를 그려 넣은 것이다. 이는 "검열 행태가 북한과 같다"는 의미를 담은 정치적 메시지였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해당 현수막을 본 시민들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었고, B정당 소속 당원이었던 피고인 A씨 역시 이 기사를 접했다. 평소 출퇴근길에 해당 현수막을 보며 불쾌함을 느꼈던 A씨는 기사 댓글 창에 접속해 C씨를 겨냥한 글을 남겼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게 추잡스런 짓만 하는구나 저러니 떨어지지 쯧쯧 다음에 또 떨어질 듯?"이라는 내용을 게시했다.


검찰은 이 댓글이 피해자 C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결국 모욕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게 됐다.


'추잡스런 짓'이라 비난해도 죄가 안 된다? 법원이 주목한 '맥락'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형사단독(2025고단1412)은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겉보기엔 인신공격처럼 보일 수 있는 표현임에도 법원이 A씨의 손을 들어준 핵심 이유는 '표현의 자유'와 '상대방의 지위'에 있었다.


재판부는 먼저 문제의 표현인 '추잡스런 짓'에 대해 분석했다. 재판부는 "이는 피해자의 행위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을 사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즉, 욕설이나 저속한 표현으로 인격을 짓밟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감정적 평가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한 '선거에서 떨어진게'라고 지칭한 부분에 대해서도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예의에 벗어난 정도일 뿐 피해자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불쾌감을 주는 말이라고 해서 모두 형사처벌 대상인 모욕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정치인은 비판 감수해야... '간첩·빨갱이' 댓글과 비교해보니

특히 법원은 피해자 C씨가 '정치인'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재판부는 "정치인인 피해자가 게시한 현수막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해당 댓글은 유권자인 피고인에게 보장되어야 할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정치인이 대중을 상대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 경우, 그에 대한 유권자의 비판은 다소 거칠더라도 폭넓게 허용되어야 한다는 법리다. C씨가 게시한 '인공기 현수막' 자체가 이미 시민들 사이에서 논란과 불쾌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도 A씨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당시 기사에 달린 다른 댓글들과의 형평성도 언급했다. 해당 기사에는 "북한찬양 간첩이네", "빨갱이였구마~~" 등 훨씬 원색적인 비난 댓글들이 다수 달려 있었다. 이에 비해 A씨의 댓글은 상대적으로 수위가 낮다는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결국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에게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판결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 유권자가 가지는 비판의 자유가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됐다.


[참고]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2025고단1412 판결문 (2025. 11. 19.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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