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된 디자이너, 회사 침입해 자료 삭제…“필요하면 줄게” 협박 문자까지
해고된 디자이너, 회사 침입해 자료 삭제…“필요하면 줄게” 협박 문자까지
해고되자 회사 자료 인질 삼은 디자이너의 '황당한 복수극'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자료는 제가 백업해놨으니, 필요하시면 드리겠습니다"
실력 미달로 해고된 3D 디자이너가 회사에 몰래 들어가 핵심 자료를 삭제하고는, 되레 섬뜩한 메시지를 남긴 사건이 발생했다. 한순간의 감정으로 회사의 존립을 위협한 이 직원의 '디지털 방화'는 어떤 법적 책임을 지게 될까.
"실력 있다더니" 4개월 만에 드러난 거짓말
스크린 파크골프 시스템을 개발하는 유망 IT 회사 A사는 몇 달 전 3D 그래픽 디자이너 B씨를 채용했다. B씨는 자신의 기술 역량을 자신했지만, 입사 4개월 만에 실력 미달이 드러나면서 결국 해고 통보를 받았다.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평화롭게 끝날 줄 알았던 고용 관계는 B씨의 앙심으로 인해 최악으로 치달았다.
CCTV에 찍힌 야밤의 침입...다시 돌아와 '모든 것'을 지웠다
해고된 B씨는 모두가 퇴근한 야심한 시각, 몰래 회사 사무실에 침입했다. 사무실에 설치된 CCTV에는 B씨의 범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B씨는 회사 공용 PC에 접근해 자신이 작업했던 파일은 물론, 전임자로부터 인수인계받은 핵심 포토샵 원본 파일까지 모조리 삭제했다. 심지어 퇴사 직전에는 업무용 PC에 잠금 설정을 걸어 접근조차 못 하게 만드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회사는 뒤늦게 B씨의 소행을 파악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년간 쌓아온 회사의 자산이 한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A사 관계자는 "단순한 분풀이를 넘어 회사의 사업 자체를 망가뜨리려는 악의적인 행동"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자료 필요하면 말해" 문자 한 통에 담긴 '섬뜩한' 의도
B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B씨는 회사 관계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범행을 스스로 자백했다. "자료를 삭제했다"고 인정하면서 "내가 외장하드에 백업해놨으니 필요하면 주겠다"는 황당한 제안까지 건넸다.
이는 삭제된 자료를 볼모로 회사와 거래를 시도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A사는 현재 B씨가 사용하던 PC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해 추가적인 범죄 혐의를 파악 중이다.
건조물침입부터 업무방해까지...'괘씸죄'의 대가
변호사들은 B씨의 행위가 여러 형사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한별의 양영화 변호사는 "해고 후 근무시간 외에 사무실에 무단 침입한 행위는 형법상 주거침입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파일을 삭제한 행위는 전자기록등손괴죄 및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B씨가 회사의 핵심 자료를 무단으로 백업해 나간 행위는 더 큰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백업한 자료가 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할 경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까지 추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손해배상, 어디까지 가능할까?
형사 처벌과 별개로 회사는 B씨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B씨의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모든 유무형의 손해를 배상받는 절차다.
법무법인 리온 장승우 변호사는 "CCTV 자료와 본인의 자백 문자가 있어 불법행위 자체를 입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구체적인 손해액을 산정하고 입증하는 것이 소송의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회사는 삭제된 자료의 가치, 자료 복구에 드는 비용, 업무 중단으로 인한 영업 손실 등을 구체적인 금액으로 환산해 법원에 제시해야 한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근로계약서에 포함된 손해배상 및 영업비밀 조항이 법적 대응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포렌식 결과를 통해 삭제된 자료의 가치와 복구 비용을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 배상 규모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