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지 5일 된 신생아 거꾸로 들고 던진 간호사, 그래도 구속 피한 까닭
태어난지 5일 된 신생아 거꾸로 들고 던진 간호사, 그래도 구속 피한 까닭
부산의 한 산부인과서 태어난 신생아, 머리뼈 부러져 의식불명
간호사, 학대는 인정했지만⋯ "골절, 내 잘못은 아니다"
간호사⋅병원이 아기 상태에 따라 받게 될 법적인 책임은?

태어난지 5일밖에 안 된 아기가 머리뼈가 부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의심을 받는 사람은 간호사로 CCTV에서 학대 정황이 확인됐지만, 구속은 피했다. /KBS 뉴스 캡처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신생아 머리뼈가 부러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태어난 지 닷새밖에 안 된 아기였다. 부러진 두개골 사이로 피가 고였고 왼쪽 뒤통수가 심하게 부어오르며 의식을 잃었다. 3주 넘게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기를 다치게 했다고 의심받는 사람은 간호사다. 실제 이 간호사는 지난 20일 새벽 1시 목욕이 끝난 아기를 거꾸로 들더니 침대에 패대기쳤다. 이 장면이 담긴 CC(폐쇄회로)TV 속 아기는 내동댕이쳐진 직후 몸을 들썩였다. 하루⋅이틀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간호사가 거칠게 행동하는 장면이 잡혔다. 아기 목을 한 손으로 잡아 옮겼고 아기는 괴로운 듯 발버둥 쳤다.
하지만 간호사는 "아기를 학대한 것은 맞지만 머리뼈가 부러진 건 내 잘못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해당 병원 측도 "아기가 구급차에 실려 갈 때 다친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즉각 해당 병원 간호사와 병원장을 입건했다. 혐의는 각각 아동학대와 의료법 위반(관리 소홀 등)이었다. 경찰은 간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당했다. 간호사가 현재 임신 중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학대 행위와 아기 두개골 골절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던 탓이 컸다.
병실을 비추는 CCTV가 녹화한 영상 중 공교롭게도 아기가 다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의 녹화 분량에 공백이 있었다. 부모가 아기를 마지막으로 본 건 지난 20일 오후 6시 40분, 아기가 구급차에 실려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건 4시간쯤 뒤인 오후 11시였다는데, 이 사이 2시간 정도 분량의 영상이 없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아기를 다치게 한 죗값을 영영 묻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 역시 이런 '불명확한 인과관계'를 우려해 과실치상죄를 적용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런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구속을 피한 데 이어 집행유예 정도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법무법인 우성의 정필승 변호사는 "결국 간호사는 집행유예를 넘어서는 형을 선고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 변호사는 의사 출신 변호사다.
정 변호사는 "현재 드러난 정도로는 간호사가 실제로 아기에게 위해를 가했는지 확인이 안 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과실치상 혐의 적용 여부와 무관하게) 간호사에 대한 실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단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우는 두 가지다. ①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사라진 2시간 분량의 CCTV'를 찾아낼 경우와 ② 그렇지 못할 경우다.
CCTV를 찾아낸다면(①) 간호사는 단순 아동학대 혐의가 아니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정필승 변호사는 "포렌식으로 인과관계가 밝혀진다면 간호사는 당연히 이 죄에 따라 무겁게 처벌된다"며 "집행유예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끝내 사라진 녹화 분량이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②). 이렇게 되면 간호사에게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가 적용된다.
다만 정 변호사는 "그렇게 되더라도 아동학대 자체는 명백하다"며 "전문적으로 아기를 다루는 사람이 학대했다는 점에서 처벌이 강하게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상의 인과관계가 일부 인정되지 않더라도 '학대' 그 자체가 있었던 만큼 무거운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는 견해다.

병원 측은 지난 20일 신생아가 무호흡 증세를 보여 긴급 이송되자 학대 혐의를 부인했다. 신생아실에서 아기를 다치게 한 게 아니라는 논리였다. 간호사는 "골절과 자신은 관계가 없다"고 했다. 병원장도 "(아기가 두개골 골절을 입은 것은) 구급차 이송과정에서 흔들렸던 탓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아기가 다친 후 찍은 CT를 보면 병원에서 두개골 골절을 입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중상해가 확인된다"고 말했다. 의학적인 증거가 남아있는데 어설픈 해명으로 혐의를 부인한 것은 향후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병원 측은 CCTV가 공개된 이후 뒤늦게 학대를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관리 소홀 책임으로 간호사와 함께 입건된 병원장의 처벌은 어떻게 될까.
의료법을 검토한 정필승 변호사는 "현재 드러난 증거로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없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병원장이 해당 간호사에게 적합한 교육을 시켰는지, 준수사항을 지키도록 지시했는지 등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병원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던 점 등은 처벌을 어렵게 하는 증거"라고 밝혔다. 병원장이 마땅히 해야 할 설비 마련 등 '기본적인 의무사항'들은 준수했기 때문에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그렇다고 병원 측의 과실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형사법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민사상 책임까지 면제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정필승 변호사는 "어떤 식으로 밝혀지든 최소한 병원장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병원에서 일어난 사건 자체는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기 부모는 병원 측에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 병원 측의 불법적인 행동으로 신체적⋅정신적인 손해를 입은 사실이 근거가 된다.
다만 아기의 회복에 따라서 변수는 있다. 아기가 다행스럽게 별문제 없이 회복되는 경우다. 이때 부모는 병원 측에 치료비와 함께 부모, 아기가 받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아기가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외상에 의한 후유증도 남을 경우 아기는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병원 측은 이 모든 피해들에 대해 배상을 해줘야 한다.
실제로 신생아 의료사고에 대해 병원 측에 9억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한 판례가 있다. 지난 2016년 서울북부지방법원 판결이다. 당시 의사는 제왕절개 수술이 시급했음에도 자연분만을 고집했다. 결국 태아는 출산 과정에서 뇌 손상을 입었고, 뇌성마비로 평생 재활 치료를 받게 됐다.
당시 법원은 "병원에 과실 70%가 인정된다"며 "9억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