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버리려 한다’는 착각…77세 남편, 아내 살해로 중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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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리려 한다’는 착각…77세 남편, 아내 살해로 중형

2025. 05. 28 18:15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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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앓던 중 가족 치료 논의를 음모로 착각

흉기로 17차례 찌르고 둔기로 때려

생성형 AI를 활용해 만든 참고 이미지

"아내를 죽였습니다"


지난해 9월 25일 새벽 4시 15분, 군산시 조촌동의 한 주택가. 77세 A씨가 직접 112에 전화를 걸어 자수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50년을 함께한 아내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


아내는 흉기에 17차례 찔리고 둔기로 2차례 맞은 끔찍한 모습이었다. 반세기를 동고동락한 부부의 마지막이 이토록 비극적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정신질환이 부른 망상..."나를 버리려 한다"

1973년 결혼한 A씨 부부는 누가 봐도 금슬 좋은 부부였다. 자녀들을 키우며 어려운 시절을 함께 이겨냈고, 노년에 접어들어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최근 A씨에게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신질환을 앓게 된 A씨는 터무니없는 사업 계획을 세우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다. 가족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내는 자녀들과 머리를 맞댔다. "아버지 치료를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제 병원에 모시는 게 좋을까." 남편의 건강을 걱정하는 가족회의였다.


하지만 A씨의 귀에는 다르게 들렸다. '나를 강제로 병원에 가두려 한다.' 망상에 사로잡힌 A씨는 분노했다. 그리고 그날 새벽,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50년 믿고 의지한 아내를 잔혹하게"...법원의 일갈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양진수 부장판사)는 최근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한 대상은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피고인을 믿고 의지하며 함께 살아온 아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방어에 취약한 피해자를 매우 잔혹하고도 무참한 방식으로 살해했다"고 질타했다.


자녀들의 충격도 컸다. 재판부는 "자녀들은 평소 피해자를 살뜰히 챙기면서 부모의 행복한 노년을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이후 큰 충격과 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 피고인에 대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사 판례는? "배우자 살인은 15~20년 중형"

실제로 배우자 살인 사건의 경우 대부분 중형이 선고된다.


울산지방법원은 2023년 10월 배우자 살인 사건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하며 "부부의 연을 맺은 배우자를 살해하는 행위는 최고의 법익인 생명을 박탈함과 동시에 가족으로서의 책무와 마지막 애정마저 저버리는 중대한 범죄"라고 판결했다.(2023고합257 판결)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도 2022년 10월 유사 사건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정신질환(망상)이 있었더라도 이는 돈의 사용처에 대한 오해나 착오에 따른 것"이라며 엄벌했다.(2022고합176 판결)


정신질환이 있어도 감형은 제한적

정신질환이 살인의 원인이 됐을 때도 법원의 판단은 엄격하다.


대전지방법원은 2020년 정신질환(피해망상)으로 부모를 살해한 사건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배우자와 부모가 공모해 자신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범행했다는 것이 A씨 사건과 유사했다.(2020고합117 등 판결)


서울고등법원도 2020년 조현병으로 모친을 살해한 사건에서 "정신질환으로 인한 망상, 충동조절능력 저하 등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하면서도 중형을 유지했다.(2020노1442 등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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