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미만 아동과의 합의 성관계도 처벌⋯"아동은 성적 대상 될 수 없어"
16세 미만 아동과의 합의 성관계도 처벌⋯"아동은 성적 대상 될 수 없어"
"미성년자의제강간 연령 상향 형법 개정까지 이뤄야"
개정 아청법 '궁박' 요건, 입법례 연구 및 교육 필요

김재련 변호사는 오래 전부터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상향 입법운동을 해왔으며, 이번 법 개정의 주요한 배경이 된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관련 실무자들의 인식 제고를 위해 수사기관 등 대상 강연을 여러 차례 진행하기도 했다. /사진=안세연 기자
지난 16일 시행된 ‘개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법문상 ‘궁박’이라는 요건이, 실효적인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걸림돌이 될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개정법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로 나아간 아동·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성 매수한 성인만을 과도하게 처벌하려 한다”고도 주장한다.
이에 로톡뉴스는, 이번 개정안이 만들어지기까지 입법례 검토 등으로 법안 마련에 직간접적 조력을 해 온 김재련 변호사를 인터뷰했다. 김 변호사는 오래 전부터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상향 입법운동을 해왔으며, 이번 법 개정의 주요한 배경이 된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관련 실무자들의 인식 제고를 위해 수사기관 등 대상 강연을 여러 차례 진행하기도 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로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 역임했다. 현재 행정안전부의 고문변호사다.
“2018년 9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19세 이상의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아동·청소년의 궁박(窮迫)한 상태를 이용하여 해당 아동·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추행하는 경우 등을 장애인인 아동·청소년에 대한 간음 등에 준하여 처벌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아청법 개정안을 마련해 본회의에 부의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같은 해 3월 발의된 김삼화 의원 개정안과 백혜련 의원 개정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마련한 대안적 성격의 안인데요. 아청법은 형법이 적용되는 일반 성범죄와 비교했을 때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장애인인 아동·청소년에 대한 간음 등 행위를 한층 강력하게 처벌하도록 한 특별법입니다.
물론 형법에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처벌 규정이 있습니다. 형법은 ‘13세 미만’인 아동·청소년의 동의를 얻고 간음했을 때, 이를 강간으로 의제해 처벌하는 ‘미성년자의제강간죄’ 조항을 두고 있어요. 하지만 ‘13세 이상’의 아동·청소년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성 착취 피해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죠.
이것이 바로 이번 아청법 개정의 단초가 된 문제의식입니다.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은 성적 분별력이 충분히 성숙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 이들이 궁박한 상황에 있다면 더욱 성적 의사결정에 제약이 따른다는 점에 다수 국회의원들이 충분히 공감하여 개정법이 통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아청법 개정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조건을 추가해서 만든 것이 아니고, 많은 입법례를 연구한 끝에 오스트리아 법 규정을 차용해 만든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막 법이 만들어져 판례가 없지만,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비슷한 규정을 두고 있는 입법례와 판례를 참조하고 수사기관 등 관련 부처에서 충분한 숙지의 노력을 들인다면, 지금 제기되는 우려들은 기우일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궁박’이라는 말은 꼭 경제적 어려움에 한정하여 쓰는 단어가 아닙니다. 성관계에 있어 ‘궁박 상태’란, 신뢰관계를 이용하거나 지위와 힘의 차이 등 모든 힘의 불균형 상태를 악용해 나아간 경우를 일컫습니다.
이에 대한 대표적 입법례는 성인이 자신이 가진 지위를 이용해 아동과 성관계를 가진 것 자체만으로 처벌하는 규정을 둔 캐나다, 미국, 영국 등의 경우입니다. 우리도 이러한 상황이 ‘궁박’ 요건에 해당한다고 법해석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우리 사회에서 자주 문제되는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면, 가출 청소년이 먹을 것, 입을 것, 잘 곳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걸 알고 성관계로 나아갔다면 궁박 상태를 이용한 것이 됩니다.
또 가정형편이 안 좋고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학생과 친밀감을 형성하면서 소위 ‘길들이기’ 한 끝에 성관계로 나아갔을 때에도 그 학생의 심리적·정서적 궁박 상태를 이용한 것이 됩니다.
우리는 이 법을 그간 법이 보호해주지 못했던 연령대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했습니다.
그동안 국민적 공분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합의 하에 했다’는 말로 법망을 빠져나간 많은 사례들이 앞으로는 이 개정법으로 인해 처벌받게 된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모 연예기획사 대표, 의붓아버지, 교사 등이 저지른 대부분의 그루밍 성범죄 사례들이 앞으로는 이 조항에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동은 성적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우리 법은 혼인 적령을 남녀 동일하게 만 18세로 정하고 있습니다. 18세 미만의 아동과는 혼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아동·청소년에게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으니 법상 혼인 적령을 18세 미만으로 낮추자는 주장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성인 입장에서는 아동과의 성관계를 통해 아이가 생겨도 혼인 중의 출생자로 삼지 못하고, 상대방과 결혼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청소년과 성관계로 나아간 성인을 단순한 ‘성 착취자’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아동’으로 여기고 보호해 줘야 할 책무가 우리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설사 아동이 자발적인 의사를 표시했을 때에라도 보호자의 입장에서 그 의사를 수정해 주어야 합니다. 그게 성별을 불문한 우리 어른들의 역할이고 의무입니다.”

“개정 전 문제 상황과 동일한 이유로, 개정법이 16세 이상의 아동청소년은 여전히 보호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게 생각합니다. 이상적으로는 ‘궁박’ 요건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는 미성년자의제강간죄 연령을 여러 입법례 수준에 맞게 16세까지 끌어올리고, 아청법 조항은 16세 이상까지 보호해 주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데요.
하지만 이런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법이 무용하다거나 개악이라고 말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법 운용자들의 아동 성보호 의지만 확고하다면, 또 어떤 상황을 규율하고자 이 법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숙지와 입법례 연구 및 실무 교육이 잘 이뤄진다면, 충분히 실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조항입니다.
무엇보다 주무부처가 법무부인 형법 개정은 무척 어렵고 지난하여 기약이 없는 반면, 아동권익 문제의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발 빠르게 움직여 집중적으로 힘을 쏟은 끝에 이번 개정을 이뤄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쾌거라고도 볼 수도 있죠. 우리 입법 현실에서 법 하나 개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변호사이다 보니 허무하게 낮은 형량의 판결을 받게 될 때 무척 안타깝습니다. 외국은 아동 대상 성범죄 형량이 몇십년으로 나옵니다. 그만큼 재판부가 이런 범죄를 엄중히 대한다는 신호를 사회에 충분히 보내는 것인데요.
최근 제가 지원한 그루밍 성범죄 사건은 형량이 1년 6개월 나왔습니다. 법정형 자체는 법체계상 낮게 정해진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고형이 그렇게 낮게 나왔다는 것은, 재판부의 인식이 아직 그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지요.
법원은 13세 이상 아동·청소년과의 합의 성관계 사건을 대부분 무죄로 판단해 왔습니다. 아동의 성 보호 인식과 의지가 매우 미흡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요. 수사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개정법을 운용하면서는 법원과 수사기관의 전향적인 인식 개선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가해자 처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동을 사전에 보호하는 일입니다. 아동이 이미 성적 착취를 당하고 난 이후에 가해자를 엄벌하는 것은, 성적 착취를 당하기 이전에 아동을 지켜내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없습니다.
선진국 입법례 중에는 성인이 성적 의도를 갖고 아동에게 접근하는 자체를 그루밍 범죄로 보고 처벌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비하면 우리 법은 매우 뒤처져 있죠. 우리 법과 사회 인식이 그 단계로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상 촬영⋅편집=안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