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선생님이 훔쳐준 전교 1등…등수 밀린 친구들이 받을 위자료 액수는
엄마랑 선생님이 훔쳐준 전교 1등…등수 밀린 친구들이 받을 위자료 액수는
시험지 유출로 내신 장악한 안동 여고생
검찰, 징역형 구형
피해 학생들, 위자료 등 최대 3천만 원 손배소 가능

시험기간 중 학교에 무단 침입한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학부모가 지난 7월 15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취재진에게 질문을 받는 모습. /연합뉴스
A양(18)은 지난 3년간 단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는, 그야말로 '공부의 신'이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추악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어머니 A씨(48)가 학교 기간제 교사, 행정실장과 짜고 한밤중에 학교에 침입해 시험지를 빼돌린 것이다. 검찰은 어머니에게 징역 8년을, 범행을 도운 교사 등에게는 징역 7년과 3년을 각각 구형했다. 심지어 미성년자인 A양에게도 징역형(장기 3년~단기 2년)이 구형될 만큼 사안은 중대했다.
하지만 형사 처벌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A양이 훔친 것은 단순히 시험지가 아니라, 밤새워 공부한 친구들의 꿈과 기회였기 때문이다.
시험지, 법적으로는 '학교 재산'이자 '비밀'
시험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다. 법적으로는 엄연한 '저작물'이자 '학교의 재산'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교사들이 창작성을 발휘해 출제한 시험 문제는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에 해당한다. 또한 학교가 교육 목적으로 작성하고 관리하는 유형물이므로, 이를 몰래 가져가는 행위는 형법상 절도죄가 성립한다.
더 나아가 시험지는 비공개 정보로서의 지위도 갖는다. 헌법재판소는 시험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위해 시험 문제와 정답 등은 사전에 엄격하게 비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0헌바291 결정). 즉, 시험지 유출은 단순 절도를 넘어, 공정한 시험 관리라는 공적 가치를 훼손한 중대 범죄인 것이다.
빼앗긴 1등, 돈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A양 때문에 억울하게 2등으로 밀려난 학생들, 그들의 박탈감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법적으로는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우리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A양과 그 가족의 조직적인 시험지 유출은 다른 학생들이 정당하게 얻을 수 있었던 성적과 기회를 침해한 명백한 불법행위다.
그렇다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법조계 전문가들은 "피해 학생 1인당 최대 3,000만 원까지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구체적인 항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장학금 손해: 전교 1등을 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장학금(3년간 약 600~800만 원 추산)
- 재수 비용: 내신 성적 하락으로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해 재수를 하게 될 경우 발생하는 학원비 등(약 1,200만 원)
- 정신적 위자료: 부정한 방법으로 성적을 뺏긴 데 대한 정신적 고통(약 500~1,000만 원)
실제 소송에서는 "내가 A양 아니었으면 무조건 1등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법원은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 때문에 재수 비용 등을 모두 인정하기보다는 정신적 위자료를 중심으로 배상액을 산정하는 경향이 있다.
유사한 '숙명여고 사건'에서는 피해 학생 1인당 약 1,000만 원의 위자료가 인정된 바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위자료 액수가 상향될 여지는 있다. 형사 재판에서 범행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 만큼, 민사 소송에서도 피해 학생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