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압사시키고 채널만 닫은 BJ, 그가 질 법적 책임은?
반려견 압사시키고 채널만 닫은 BJ, 그가 질 법적 책임은?
만취한 상태에서 잠결에 반려견 짓눌러 죽인 BJ⋯변호사들과 처벌 여부 따져봤지만
'실수로' '자기 소유 반려견' 해한 그에겐 아무런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없었다

만취해 잠든 BJ가 자신의 반려견을 압사시키는 일이 벌어지며,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이같은 BJ의 무책임한 행동에 애꿎은 생명이 희생됐지만, 현행법상으론 그에게 어떤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아프리카 TV 홈페이지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술에 취해 잠든 BJ가 자신의 반려견을 압사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일, 술 먹방을 벌이던 한 BJ가 생후 1개월난 강아지를 곁에 둔 채로 잠에 든게 발단이 됐다. 침대 위에서 뒤척이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몸으로 작은 강아지를 짓누르는 끔찍한 사고를 냈다.
커다란 몸에 눌린 강아지는 연신 낑낑거리며 고통스러워했고, 그 소리가 멎은 건 50분이나 지난 다음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온라인 방송을 통해 그대로 송출됐다. 문제의 BJ가 피해 강아지를 입양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벌어진 사고였다.
이에 누리꾼들은 그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하고 나섰다. 사고 직전까지 "침대 위에 강아지를 올려두면, 떨어질 수도 있고 위험하다"고 여러 차례 조언했지만, BJ가 이를 무시한 채 "강아지를 안고 자겠다"며 고집을 피웠다는 게 누리꾼들 주장이다.
애꿎은 생명을 죽게 만든 해당 BJ의 행동을 두고, 많은 사람이 분노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현행법으론 그에게 어떤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고 이튿날 해당 BJ는 "자신의 실수"였다면서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고 사과에 나섰다. 하지만 여론은 더 들끓었고, 5일 현재는 방송 채널을 잠시 닫아둔 상태다.
다른 사람이 내 반려견을 해쳤다면, 형법상 재물손괴죄를 물을 수 있다. 동시에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조치가 자기 소유의 반려견을 직접 해친 경우에선 모두 적용되지 않는다. 변호사들은 "현행법상으론 아무런 법적 책임도 지울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검사 출신인 하나 변호사(법무법인 명재)는 "우리 형법상 자신의 반려동물을 죽인 행위에 대해서 처벌할 수 있는 죄명은 없다"면서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한 특정 학대행위를 한 경우여야만 처벌이 가능한 상태"라고 한계를 짚었다.
태연 법률사무소 대표인 김태연 변호사도 동일한 의견이었다. 김 변호사는 "우리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동물 학대 금지 조항을 두고 있다"면서도 "다만 '고의'로 반려동물을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다치게 한 경우에만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법률자문

변호사들이 짚은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의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을 이용하거나 ▲노상에서 공개적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 등을 했을 때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제46조 제1항). 그런데 일단 법적으로 금지된 학대 유형이 한정적인 데다, 이마저 범죄의 고의성이 입증된 때에만 처벌된다고 변호사들은 말했다.
하 변호사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있지만, 이 역시 민사상 문제에 한해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동물에 대해 인간과 물건 사이의 제3자 지위를 인정하더라도, 동물을 죽이는 행위 자체를 별도로 규율하지 않는 이상 형사 처벌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연 변호사 역시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혹은 제2호(공개된 장소에서 죽이는 행위 등)에 해당할 여지는 있어 보인다"면서도 "고의가 아닌 과실에 의한 행위로 보여 형사 처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가해자가 스스로 소유했던 반려견이 피해를 본 상황이라, 민사상으로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태"라고 짚었다.
다시 말해 ① 자기 소유의 반려동물을 ② 실수로 죽이거나 다치게 한 경우라면, 민·형사를 통틀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해당 BJ는 방송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고의로 반려견을 죽인 게 아닌한, '술 먹고 한 실수'라는 말로 모든 책임을 피해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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