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발목엔 전자발찌, 피해자 손목엔 스마트워치…그래도 살해를 막지 못했다
김훈 발목엔 전자발찌, 피해자 손목엔 스마트워치…그래도 살해를 막지 못했다
피해자 보호의 근본적 한계

남양주 스토킹 살인범 김훈 모습. /연합뉴스
대낮 길 한복판에서 20대 여성이 과거 동거남에게 무참히 살해됐다. 가해자의 발목에는 성범죄 전과로 인한 전자발찌가 채워져 있었고, 피해자의 손목에는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가 있었지만 비극을 막아내지 못했다.
20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경찰의 보호조치를 받던 스토킹 피해자가 살해당한 참극을 두고 법적 쟁점과 시스템 허점을 집중 분석했다.
전자발찌 찬 스토커의 접근… 경보는 왜 울리지 않았나
사건은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길거리에서 발생했다. 44세 남성 김훈은 과거 사실혼 관계였던 20대 여성 B씨에게 차량으로 접근해 흉기로 살해한 뒤,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다가 약 1시간 만에 양평군에서 검거됐다.
B씨는 지난해부터 가정폭력과 스토킹으로 김훈을 수차례 신고한 상태였다. 법원은 김훈에게 100m 이내 접근 금지 등의 명령을 내렸고 B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했지만, 김훈은 올해 1월 B씨 차량에 위치추적 장치까지 달며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김훈은 과거 다른 여성에 대한 강간상해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10년짜리 전자발찌를 차고 있던 보호관찰 대상자였다.
대중의 가장 큰 의문은 '전자발찌를 찼는데 왜 피해자에게 경보가 가지 않았느냐'다.
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는 방송에서 "김훈이 착용하고 있던 전자발찌는 과거 성범죄로 인해 부착된 것이라 위치 추적 기능만 있을 뿐, 이번 스토킹 피해자인 B씨와는 아무런 연동이 되어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경찰의 뼈아픈 실책이 지적된다.
2023년 7월 개정된 스토킹처벌법에는 가해자가 피해자 주변으로 접근하면 피해자의 휴대전화와 관계 기관에 자동으로 경보가 전달되는 '잠정조치 3의 2호'가 도입됐다. 피해자가 직접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접근 자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경찰은 김훈에게 이 조치를 신청하지 않았다. 경찰 측은 "더 강력한 신병 확보 조치인 4호(구치소 유치)를 검토 중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임흥준 변호사는 "잠정조치 3의 2호와 4호는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병행 적용이 가능한 조치"라며 "납득하기 어렵고, 비판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청이 이미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유치장 유치를 동시에 신청하도록 지침을 마련했음에도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부서진 공조 시스템과 스마트워치의 치명적 한계
기관 간의 정보 단절도 비극을 키웠다. 법무부 소속 보호관찰관은 전자발찌를 통해 김훈의 동선을 매시간 기록하고 있었지만, 경찰이 스토킹 범죄 사실을 공유하지 않아 김훈의 스토킹 및 가정폭력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임흥준 변호사는 "경찰과 법무부 보호관찰 시스템이 서로 연계되지 않아 생긴 구조적 허점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짚었다.
피해자가 위급 상황에서 눌렀던 스마트워치의 한계도 명확했다.
임흥준 변호사는 "스마트워치는 피해자가 이미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야 작동한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며 "피해자가 버튼을 누를 여유조차 없는 상황이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위험 스토킹 사건에서는 가해자의 접근을 2km 밖에서부터 자동 감지하는 잠정조치 3의 2호가 필수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 "대응 더뎠다" 감찰 지시… 유족, 국가배상 받을 수 있을까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가 드러나자 이재명 대통령은 "관계 당국의 대응이 더뎠고 국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며 직접 감찰을 지시했다. 경찰청장 직무대행 역시 가해자의 재범 위험성이 높았음에도 피해자 격리 등의 대응이 부족했음을 공식 인정했다.
남겨진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임흥준 변호사는 "잠정조치 3의 2호를 미신청한 점, 보호관찰관에게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점 등 직무상 의무 위반이나 과실이 인정된다는 전제하에 국가배상 책임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소송의 현실적인 벽도 존재한다. 임흥준 변호사는 "법원은 경찰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직접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와 동일한 수준의 책임을 부과하지 않고 책임 비율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