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수당 없다·즉시 해고 가능”…모두 불법 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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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수당 없다·즉시 해고 가능”…모두 불법 조항이다

2025. 10. 23 09:27 작성
김혜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hj.ki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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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얘기하지 마세요”라는 회사…그 계약서의 끝은 법정이었다

‘이의 제기 금지’ 써넣은 회사, 근로기준법은 그 위에 있다

커뮤니티 캡쳐

2019년 7월, 전기실에서 근무를 시작한 한 근로자가 받아든 근로계약서에는 상식 밖의 독소조항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 계약서가 과연 법적으로 유효한지, 그리고 사용자가 법을 위반했을 때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에 대한 법률적 분석이 필요하다.


"노동법 운운 이의 제기 금지" 조항의 정체: 법적 권리 포기 강요는 무효다!

문제의 근로계약서 제10조는 "본 계약서와 무관하게 노동관계법령을 운운하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근로자가 자신의 법적 권리 자체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조항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은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1998년 판결에서 "근로자가 법령상 권리를 사전에 포기하도록 하는 약정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


특히 대전지방법원은 2023년 판결에서 "장래 발생할 임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거나 사전에 그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 또한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밝혀, 이 조항이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음을 재확인했다.


근로자의 법적 권리를 사전에 포기시키는 약정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


"연차수당 없다" 약정? 법정 기준 미달은 자동 대체된다

근로계약서 제5조는 "연차수당은 따로 지급되지 않는다"고 명시했으나, 이 역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근로기준법 제60조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근로자에게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2022년 판결에서 "근로자가 연차휴가나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사전에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에게 불리하여 무효가 된다"고 판시했다.


광주지방법원 또한 2023년 "연차수당이 일당에 포함되어 있다는 포괄임금 약정이라 해도, 이를 포함한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되므로 근로기준법에 정한 기준에 따라 연차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제15조 제2항에 따라 무효로 된 부분은 자동으로 법정 기준으로 대체된다. 따라서 근로자는 계약서 조항과 무관하게 법정 기준에 따른 연차휴가 및 미사용 연차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


"무단결근 5회 즉시 해고"의 위험성: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계약서 제8조는 "아무런 연락없이 무단결근 5회, 업무와 무관한 안전사고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즉시 해고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6년 판결에서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근로자의 과거 근무태도,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횟수를 정해 '즉시 해고'를 규정한 것은 정당한 이유 없는 부당해고의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될 경우 부당해고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수습기간 중의 해고 역시 광주고등법원 2022년 판례처럼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금지 규정이 적용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손해배상 예정" 조항도 위법! 사용자에게 형사처벌 위험까지

계약서 제9조는 "고의 또는 업무상과실로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실비변상한다"고 규정했는데, 이는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근로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실제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리 손해배상액을 정해두는 '예정' 계약은 위법이다.


사용자는 근로조건 서면명시 및 교부 의무(근로기준법 제17조) 위반, 위약금 예정 금지(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 등으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연차수당 등 임금 미지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미지급 금품은 즉시 지급하고, 표준근로계약서로 전환해야

법적 효력이 없는 무효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제15조 제2항에 따라 무효로 된 부분에 대해 법정 기준을 적용해 즉시 미지급 금품을 산정하고 지급해야 한다.


근로자가 퇴직하면 14일 이내에 모든 금품을 청산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연 20퍼센트의 지연손해금까지 발생한다.


가장 안전하고 현명한 대응은 고용노동부가 제공하는 표준근로계약서 양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며, 근로계약서의 모든 위법 조항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경우 무효가 되고 법정 기준으로 자동 대체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근로계약서는 반드시 서면으로 2부를 작성하여 근로자에게 1부를 교부해야 한다. 이를 게을리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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