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미용 후 하반신 마비...주인이 "미용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주장하면, 책임은?
고양이 미용 후 하반신 마비...주인이 "미용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주장하면, 책임은?
미용 3일 뒤 하반신 마비 증세
보호자는 미용사 탓, 진료기록엔 '기저질환 가능성'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고양이 무마취 미용사 A씨는 최근 한 손님으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미용을 받은 고양이가 하반신 마비 증상을 보였다며 병원비의 50%를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A씨에 따르면, 미용은 지난 2월 말에 진행됐다. 사흘 뒤 보호자인 B씨는 고양이가 아프다며 병원에 데려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용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며 병원비 청구 의사를 밝혔다.
B씨가 내민 진료기록부에는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일시적 심근 비대병증이 나타났을 수 있다'는 소견이 있었다. A씨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며 법적 대응 방안을 물었다.
"미용 다음 날엔 괜찮다더니"…엇갈리는 주장
보호자 B씨는 미용사가 강압적으로 미용을 진행해 고양이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고양이가 심하게 울며 거부 의사를 보였음에도 미용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또한 2차 병원에서 '비대성 심근병증은 아닌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으니, 기저질환이 아닌 미용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 미용사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미용 전 기저질환 여부를 물었지만 B씨로부터 어떤 사전 고지도 받지 못했다. A씨는 "미용 다음 날 문자로 고양이 상태를 확인했을 때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낸다'는 답장을 받았다"며 "그런데 3일 뒤에 병원에 간 것을 미용 탓이라 하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변호사들 "미용과 질병 '인과관계' 입증이 핵심"
변호사들은 보호자가 병원비를 청구하려면 '미용 행위'와 '고양이의 질병'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B씨의 주장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봤다.
법무법인 베테랑 윤영석 변호사는 "진료기록부에 '비대성 심근병증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내용이 있고, 스트레스는 '나타났을 수 있다'는 추정적 표현에 불과하다"며 "이는 미용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확정적으로 진단한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미용 직후 보호자가 상태가 양호하다고 인정한 문자는 중요한 방어 자료"라며 "이는 미용 과정에서의 강압이나 부주의가 없었음을 시사하며, 뒤늦게 발생한 질환을 오로지 미용 탓으로 돌리는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근거가 된다"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예준 신선우 변호사 역시 "제공된 진료기록부 문구만으로는 '미용이 원인'이라는 단정까지 곧바로 연결되기 어렵다"며 "결국 보호자 측이 추가 자료로 인과관계를 보강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섣불리 돈 주면 '책임 인정'될 수도…대응은?
변호사들은 A씨가 B씨의 요구에 따라 섣불리 병원비를 지급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돈을 주는 행위가 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새율 윤준기 변호사는 "현 시점에서 병원비를 즉시 지급할 필요는 없다"며 "섣불리 일부라도 지급하면 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보호자가 민사 청구를 하면 그때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유희원 유희원 변호사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유 변호사는 "상대방의 지나친 요구를 끝내려면 변호사 명의의 내용증명을 발송해 우리 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음을 강력히 고지해야 한다"며 "계속해서 법적 근거 없는 치료비를 요구하면 협박죄 고소 등 형사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 분쟁이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