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양승태·윤중천 재판, 현장 분위기 '관심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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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양승태·윤중천 재판, 현장 분위기 '관심 無'

2019. 09. 20 18:58 작성2020. 09. 04 16: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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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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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재판 모두 처음의 관심 없어

재판정 찾아가봤더니 관계자 제외하면 방청석 '텅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김도훈 기자) / 저작권자 (C) 연합뉴스

지금은 대중의 관심에서 잊혀졌지만 '사법 농단'으로 사법부 신뢰를 추락시킨 양승태(71) 전 대법원장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피고인석에 세운 '세기의 재판'이지만 선고까지는 가야할 길이 한참 남았다. 지루한 진행으로 기자들의 관심도 빠르게 식고 있다.


이름 석 자로 한 때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던 윤중천(58) 사건도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다. 윤씨는 '김학의 사건'을 촉발한 별장 성접대 동영상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지난 5월 강간치상 등 성범죄 혐의가 추가돼 재구속됐다. 사건이 불거진 2013년 7월 구속됐다가 풀려난 지 6년 만이다.


두 재판이 20일 나란히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처음의 그 뜨거웠던 관심이 무색했다. 모두 취재진은 거의 없었고, 방청석 역시 관계자를 제외하면 텅 비었다 해도 무방했다.

‘사법농단’ 양승태 재판, “지시받은 거 없냐” vs. “모른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고의 신분으로 법정에 들어왔다. 31번째 ‘사법농단 의혹’ 속행 재판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진행이 만만치 않았다. 검찰은 강제징용 소송 등 여러 재판에 양 전 대법원장이 개입하려 했던 의혹을 밝히려 했지만 핵심 증인들이 줄줄이 "모른다"로 일관했다. 앞서 유해용(53)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기억나지 않는다"를 되풀이했던 것과 같았다.


공판 검사는 이날 출석한 증인들에게 윗선의 '지시 개입'을 집중 추궁했다. 당시 대법원 재판 연구원이었던 증인이 “잘 모르겠다”고 하자 “기억을 환기해봐라”며 쏘아붙였다. 내부 회의 안건도 제시했다. "분명히 내부에서는 논의한 것으로 되어있는데 (증인은) 어째서 전원합의체 보고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냐”고 꼬집었다. 부당한 지시가 있어서 보고 안건에서 누락된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증인은 “서류를 봐야 알 것 같다”고 답했다. 서류 검토에 2분 정도가 흘러갔다. 정적 끝에 “내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새로 취임을 앞두고 있어 전합 선고를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는 “알겠다”고 짤막하게 답한 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이후 재판도 이런 답답한 진행이 되풀이됐다.


20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311호에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외 2명 31차 공판을 알리는 법정 밖 디스플레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 고영한 전 대법관의 이름이 피고인 자리에 적혀 있다. /사진 안세연 기자

‘별장 성접대 의혹’ 윤종천, “90억원 약정 계약서 어디있냐” vs. “아니..그..”

같은 시간 다른 법정에는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는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13번째 재판이 있었다. 윤씨는 ‘사회 고위층 성접대’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자신 소유의 강원도 별장 등에서 성접대 및 로비를 하고 불법대출, 골프장 건설 수주 등 특혜를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은 윤씨가 150억원 규모의 강원도 홍천 골프장 사업 인⋅허가를 받아 내주는 조건으로 한 건설사의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을 두고 이루어졌다. ‘약정계약서’가 핵심이었다.


윤씨 변호인 측은 먼저 실제 매입 대금은 150억원이 아니라 9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특혜의 대가를 줄여야만 윤씨의 죄값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려면 ‘150억원 약정계약서’가 아니라 ‘90억원 약정계약서’가 있어야 했다. 재판부에는 그게 없다는 점이 재판 쟁점이었다. 150억원 계약서에 사인했다는 고령의 증인은 “영문을 모르겠다”고만 말했다.


변호인이 증인에 “(150억원짜리) 약정계약서를 누가 만들었냐”고 물었다. “아니, 그..그..”라는 반응 뿐이자 “다시 말해 계약서에 도장 찍을 때 누가 참석했냐”고 재차 되물었다. 여전히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그러자 재판장이 도장찍는 손짓을 증인에 보여줬다. 하지만 별 도움은 되지 못했다.


끝내 증인이 “내가 쓴 게 아니고, 묵시적으로, 아니.. 그..”라며 말을 흐렸다. 윤씨 변호인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실제 매입 대금이 90억이 맞다는 뜻이냐”고 물었다. 검사 측은 재빨리 “질문의 전제 자체가 틀렸다”며 “이미 증인이 부정한 내용이다”라고 서둘러 반박했다.


이날 재판은 이렇게 끝나고 다음 재판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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