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 한번에 6억+α...촉법소년 폭탄 글, 부모는 민사소송 폭탄 맞는다
장난 한번에 6억+α...촉법소년 폭탄 글, 부모는 민사소송 폭탄 맞는다
형사처벌 피해도 기업·경찰 손해배상 청구는 못 피해

5일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경찰이 주변을 통제하는 모습. /연합뉴스
백화점 영업은 3시간 동안 멈췄고, 4천 명이 긴급 대피했다. 폭발물 수색을 위해 경찰특공대까지 출동했지만, 범인은 다름 아닌 중학교 1학년생이었다. 단순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그 사회적 비용과 파장이 너무나도 크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신세계백화점 1층에 폭약을 설치했고, 오후 3시에 터진다"는 글 하나는 우리를 또 한 번 충격에 빠뜨렸다. 29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박세홍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끔찍한 협박 글을 올린 범인이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었다는 점이 더 큰 충격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피해자 특정 어렵던 협박죄, '공중협박죄' 신설로 돌파구
과거에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온라인 협박 글을 처벌하기 애매한 구석이 있었다. 기존 협박죄는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성립하는데, 백화점 이용객처럼 범위가 넓으면 법리적으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허점을 메우기 위해 올해 초 형법이 개정되면서 '공중협박죄'가 신설됐다. 박세홍 변호사는 "이제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더라도, 온라인 게시판처럼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어디서 누구든 해치겠다'는 식의 글을 올리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벌 수위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기존 협박죄보다 무겁다.
형사처벌 피한 촉법소년, 보호처분과 민사책임은 남았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 사건의 가해자는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에 해당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가벼운 사회봉사부터 최대 2년간 소년원 송치까지 가능하다. 박 변호사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결코 가벼운 처분이 내려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소년원에 보내는 것과 같은 중한 보호처분을 내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더 무서운 책임은 따로 있다. 바로 민사상 손해배상이다. 신세계백화점 측이 추산한 피해액만 약 6억에 달한다. 민법에 따라 미성년 자녀가 타인에게 입힌 손해는 부모가 배상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백화점 측은 영업 손실과 각종 대응 비용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해 학생의 부모에게 수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경찰도 무관용 원칙…장난 한번에 집안이 흔들린다
책임을 물을 주체는 기업뿐만이 아니다. 허위 신고로 막대한 행정력을 낭비한 경찰 역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경찰청은 과거부터 허위 신고나 테러 협박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밝히며 민사소송을 통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청와대를 폭파하겠다"고 허위 신고한 사람에게 출동 비용 등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사례도 있다.
이러한 강력 대응 배경에는 '양치기 소년 효과'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
박 변호사는 "허위 협박이 반복되다 보면 사회 전반에 안전 불감증이 만연하게 되고, 정작 실제 위험이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쳐 더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난이라는 변명이 더 이상 법의 보호막이 될 수 없다는 강력한 선례가 쌓여야만, 사회 전체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