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죽음으로 몬 무당에게 복수할 것" 동생의 절규에 변호사들은 이렇게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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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죽음으로 몬 무당에게 복수할 것" 동생의 절규에 변호사들은 이렇게 조언했다

2021. 03. 11 19:09 작성2021. 03. 11 20:18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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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에게 수억원을 건넨 형⋯고통 속에 극단적 선택

이 사실 알게 된 동생은 무당의 '사기'라고 확신

변호사들 "사기 입증 어렵긴 해⋯그렇다고 포기하기는 이르다"

사망한 형의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한 휴대전화에서 발견한 충격적인 사실. 동생에 따르면 형은 한 무당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애타게 찾던 형의 마지막은 처참했다. 스스로 생을 달리한 그는 친동생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한 채 발견됐다.


형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휴대전화.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정황들은 동생을 충격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알고 보니 형은 무당 A씨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던 것. 무당 A씨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저승에 못 가고 있다"며 형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했다. 그리고선 이를 핑계로 형에게서 수억원을 뜯어갔다. 그뿐만 아니라 A씨의 빚도 형에게 떠넘긴 정황도 나왔다.


동생 B씨는 인터넷에 "형이 억울하게 죽었다"며 "복수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무당 A씨의 사진과 전화번호 등 신상까지 공개했다.


동생 입장에서는 무당 A씨가 형을 속여 돈을 뜯어냈으니 '사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당의 무속 행위를 사기로 인정하는 경우가 드물다.


판례 살펴보니⋯"무속 행위를 사기죄로 처벌하기 어렵다"

사기죄는 상대방을 ①기망(欺罔⋅남을 속여 넘김)해 ②재산상의 이익을 취했을 때 성립한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일반적으로 "무속 행위는 사기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려왔다. 대부분 마음의 평정과 위로를 얻기 위해 무속 행위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설령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어도 무속인의 행동을 '사기죄'로 처벌하는 게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런 취지의 판결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단독(재판장 임지웅 부장판사)은 "무속인의 적극적인 속임 행위가 없었음에도 피해자들이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고 무속 행위를 부탁하거나, 무속 행위 제안에 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만히 두면 아들이 일찍 죽는다"며 6년간 굿 비용으로 4억 5000만원을 가져간 무속인에 대한 판결이었다. 아들이 단명한다는 이야기에 수억원을 지급한 어머니가 "사기죄로 처벌해달라"고 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일산 법률사무소 더엘의 박준제 변호사, 법무법인 한일의 김정수 변호사. /로톡DB
(왼쪽부터) 일산 법률사무소 더엘의 박준제 변호사, 법무법인 한일의 김정수 변호사. /로톡DB


일산 법률사무소 더엘의 박준제 변호사는 11일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무속 행위는 결과가 아니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수단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며 "또한, 실제로 굿을 했다면 무속인도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을 기망해 사기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했다.


변호사들의 조언⋯휴대전화 포렌식, 그리고 계좌 이체 내역과 다른 피해자 확보

이 같은 판례를 살펴봤을 때, 무당 A씨가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지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그렇다고 해서 B씨가 단념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박준제 변호사는 "판례의 태도나 실무적 입장에서 사기죄 고소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더라도 사기죄로 고소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와 형 사이의 전화나 문자 내역 △형이 A씨에게 돈을 보낸 계좌이체내역을 최대한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❶무속 활동(굿, 부적)을 누가 주도한 것인지 ❷무속 활동 대비 지급한 금액은 적당한지 ❸ 불필요한 무속 활동을 강요한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한일의 김정수 변호사도 "(A씨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A씨가 돈을 받고 굿을 하지 않았거나 금액이 현저히 높은 경우, 돈을 받은 횟수가 지나치게 잦은 경우, 피해자가 많은 경우 등이 (여러 사정이) 존재할 수 있다"며 "이런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는 사기죄 적용이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기 전에 포렌식 등을 통해 휴대전화에 담긴 내용을 모두 보전하여 증거에 영향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해당 무당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최대한의 많은 사람들을 접촉하여 둘 필요도 있다"고 했다.


다수의 피해자들을 접촉해야 하는 이유는 증거 수집을 하기 위해서다. 김 변호사는 "특히 굿 사기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사기의 경계선이 대단히 애매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간접적인 증거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굿 사기'와 별개로 무당 A씨가 빚을 B씨의 형에게 떠넘긴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기죄가 될 수 있다. 빚을 갚을 의무가 없는 사람(형)에게 갚게끔 했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이는 무속 활동과 별개로 A씨가 형을 기망해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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