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에 입학시험? 정부, '유아 고시' 강행한 학원 23곳에 칼 빼 들었다
4살에 입학시험? 정부, '유아 고시' 강행한 학원 23곳에 칼 빼 들었다
전국 728곳 전수조사 결과 발표

서울 강남구의 한 영어유치원 모습. /연합뉴스
네 살배기 아이가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난생처음 '합격/불합격'이 갈리는 시험대에 오르는 현실이 정부 전수조사 결과 수면 위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유아를 상대로 사실상의 입학 고시를 강행한 영어학원 23곳의 명단을 확보하고 시정명령이라는 칼을 빼 들었다.
강남·분당 휩쓴 '유아 고시' 광풍
교육부가 지난 5월부터 석 달간 전국 유아 대상 영어학원 728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를 4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학원 등록을 위해 사실상의 입학시험인 레벨테스트를 운영한 학원 23곳이 적발됐다.
'유아 고시' 광풍은 서울 강남·서초(11곳)와 경기 분당 등(9곳) 교육열이 높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값비싼 시험 준비에 내몰리는 것은 고스란히 학부모와 아이들의 몫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시험 대신 추첨하라" 불응 시 국세청 동원 초강수
교육부는 적발된 학원들을 향해 선발 방식을 추첨이나 상담으로 즉시 바꾸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만약 이를 따르지 않고 계속해서 시험을 강행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과 함께 합동 점검에 나서는 등 초강수를 두겠다고 경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자기 의사 표현도 서툰 아이들을 시험으로 줄 세우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의 판단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영유아 레벨테스트는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비교육적 행위이자 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인권위의 공식 판단"이라며 "이번 행정지도를 따르지 않는 학원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 합동 점검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범 수업' 위장 꼼수까지
하지만 이번 조사가 꼬리 자르기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레벨테스트를 보는 학원은 훨씬 많다는 게 학부모들의 전언이다. 일부 학원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시범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게 시험을 위장하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조사가 신규 원생 대상 시험만 집계했다는 점이다. 전국에 수십 개 지점을 둔 대형 프랜차이즈 영어학원 대부분은 기존 재원생을 상대로 상급반 배정을 위한 시험, 즉 ‘7세 고시’를 치른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 적발 대상에서 모두 빠져나가면서 조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런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법적 장치 마련에 나선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영유아 시험 금지법(학원법 개정안)’과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 논의에 적극 참여해 ‘7세 고시’를 원천적으로 근절할 입법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지도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법의 힘으로 과열된 조기 교육 시장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교육부는 이번 조사에서 교습비를 부당하게 받거나(110여 건), 법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유치원 명칭을 버젓이 쓴(56건) 학원 등 총 260곳에서 384건의 위법 사항을 추가로 적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