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하나에 36개 매장 ‘잿더미’…벌금 1000만원에 그친 이유는?
담배꽁초 하나에 36개 매장 ‘잿더미’…벌금 1000만원에 그친 이유는?
무심코 튕긴 담뱃불이 대형 상가 덮쳐
법원, 실화 혐의 유죄 인정

멀티플렉스 극장이 입점한 대형 상가건물에 담배꽁초를 튕겨 화재를 낸 50대 여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인천의 한 대형 상가 건물에서 담배꽁초를 무심코 버려 36개 매장을 태운 50대 여성 A씨에게 법원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전소 1곳, 반소 1곳 등 막대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벌금형에 그친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은 2023년 4월 3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의 14층짜리 대형 상가 앞에서 벌어졌다. A(51·여)씨는 담배를 피운 뒤 손가락으로 꽁초를 튕겨 껐다. 그러나 꺼지지 않은 불씨는 건물 1층 음식점 야외 테라스에 옮겨붙었고, 불길은 삽시간에 번져 47개 매장 중 36곳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법원은 A씨의 실화(실수로 불을 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공우진 판사는 "피고인이 담배꽁초를 튕겨서 끄는 장면과 불씨가 발화 지점으로 날아가는 장면이 확인된다"며 "불씨가 꺼졌는지 확인하지 않고 자리를 떠난 점을 볼 때, 담배꽁초 불씨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36개 매장 피해에도 벌금 1,000만 원…법적 근거는

36개 매장이 피해를 본 대형 화재에도 벌금 1,000만 원에 그친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A씨의 행위가 '고의'가 아닌 '과실(실수)'에 의한 범죄라는 점에 있다.
우리 형법은 과실로 불을 내 타인의 물건을 태웠을 때(실화죄)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만약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경우(중실화죄), 처벌은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거워진다. A씨에게 선고된 벌금 1,000만 원은 법정형 상한선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의 입법 취지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은 실수로 불을 낸 사람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지 않도록 경감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형사 처벌 수위를 정할 때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형사 처벌과 별개…'민사 책임' 남았다
A씨의 책임이 벌금 1,000만 원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형사 처벌은 국가에 내는 벌금일 뿐, 화재로 피해를 본 36개 매장 상인들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피해 상인들은 A씨를 상대로 시설 복구 비용, 영업 손실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별도로 제기할 수 있다. 피해액이 수십억 원에 달할 경우, A씨는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담배꽁초 하나를 버리는 행위가 중대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진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불씨를 다룰 때는 주변에 불이 붙기 쉬운 물질이 없는지 살피고, 완전히 껐는지 여러 번 확인하는 주의 의무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