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태클로 부상 당한 고메즈, 손흥민에 수술비 청구할 수 있을까?
백태클로 부상 당한 고메즈, 손흥민에 수술비 청구할 수 있을까?
손흥민, 경기 중 거친 백태클⋯ 상대 선수 '발목 골절'
심각한 부상으로 선수 생명 위기⋯해외에선 책임 묻는 일 거의 없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소송 가능할까?

안드레 고메즈가 경기 중 손흥민에게 깊은 백태클을 당한 후 발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27·토트넘)이 4일(한국시각) 경기 도중 양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눈물을 쏟으며 경기장을 떠났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은 이날 에버턴과의 경기에서 퇴장당했다. 후반 33분 상대 팀 선수 안드레 고메즈(26·에버턴)에게 깊은 백태클을 한 데 따른 '레드카드'를 받고 나서다.
뒤쪽에서 손흥민의 태클을 받고 넘어진 고메즈는 앞쪽에서 달려든 토트넘의 다른 선수와 한 번 더 부딪히며 발목이 꺾이는 부상을 입었다. 태클 직후 고메즈의 발목 상태를 확인하자마자 손흥민은 머리를 감싸며 눈물을 쏟았다. 그만큼 한눈에 보기에도 심각한 부상이었다.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들도 부상 장면의 심각성을 고려해 다시 보기를 자제했다. 고메즈는 들것에 실려 경기장으로 빠져나간 뒤 병원으로 후송됐다. 영국 방송 BBC 등 현지 언론은 발목이 복합적으로 골절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럽 축구에서 경기 도중 발생한 부상과 관련해 가해 선수 개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극히 드물다. 의도적으로 부상을 입히려고 시도한 경우만 예외적으로 처벌하고 있다.
지난 1998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로이킨은 상대 선수의 무릎을 발로 차 선수 생명을 끊기게 했다. 넘어진 선수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고함을 지르는 등 정황상 의도적인 가격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영국 법정은 로이킨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해당 선수 무릎 부상이 전적으로 로이킨 책임이라는 의학적 입증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건보다 의도성이 옅거나 경기 도중 불의의 부상을 입은 경우는 당연히 선수 책임을 묻지 않는다.

손흥민의 백태클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면 법적으로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고메즈의 수술비용을 손흥민이 배상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대체로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라고 했다. 애초부터 격렬한 몸싸움이 뻔하게 예상되는 축구 경기에 참여한다는 건 '부상 위험성'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운동경기 중 부상을 입은 사람이 가해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부상을 입힌 행위가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수의 선수가 한 영역에서 신체적 접촉을 통하여 승부를 끌어내는 축구나 농구와 같은 형태의 운동경기는 신체접촉에 수반되는 경기 자체에 내재된 부상 위험이 있다"며 "경기에 참가하는 자는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위험은 어느 정도 감수하고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사 이제한 법률사무소'의 이제한 변호사는 "운동 중 다친 것이라면 정당행위로 처벌되지 아니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경기 도중 발생한 부상이 "전부 면책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운동경기에 참가하는 사람은 누구나 경기 규칙을 준수하면서 다른 경기자의 안전을 지켜줄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안전배려의무다.
법무법인 동안의 정대영 변호사는 "운동선수가 범한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 그 선수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식에 어긋날 정도로 다른 선수를 배려하지 않아서 다치게 했다면 배상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이어 정 변호사는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는 경기 규칙의 준수 여부, 위반한 경기 규칙이 있는 경우 규칙의 성질과 위반 정도, 부상의 부위와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이 시도한 백태클은 축구 규칙을 어긴 행위다. 그 결과 경기 도중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징계인 '레드카드' 처분을 받았다. 부상 정도 역시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상을 입힌 손흥민의 행위가 '안전배려의무'를 얼마나 위반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