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0년이라더니…" 불법 녹음, 120건 재판에 실형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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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0년이라더니…" 불법 녹음, 120건 재판에 실형은 '0건'

2025. 07. 25 00:39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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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징역 1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왜 아무도 감옥에 가지 않나

타인 간 대화 몰래 녹음하면 ‘징역 1년 이상’이라는 통신비밀보호법, 그런데 최근 실형 선고는 0건이다. /셔터스톡

남편의 외도를 의심한 아내 A씨가 거실에 설치한 소형카메라가 그녀를 법정에 세웠다. 남편과 조카의 대화가 녹음되면서 A씨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법원은 선고를 유예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통신의 비밀을 침해한 중죄라면서도, 사실상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은 셈이다.


A씨의 사례는 결코 특별하지 않다. 최근 1년간 선고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판결 120여 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대부분이 A씨처럼 선고유예를 받거나, 그보다 조금 무거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에 그쳤다.


법으로는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의 무거운 처벌을 규정해 놓고, 현실에서는 아무도 감옥에 가지 않는 '유명무실'한 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징역 1년 이상' 엄포에도…법원은 왜 '선처'하나

통신비밀보호법(제16조 제1항)은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거나 공개할 경우, 최소 징역 1년에서 최대 10년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법원은 실제 판결에서 작량감경(정상참작 감경)을 통해 법정형의 절반까지 형을 낮춰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큰 이유는 '범행 동기'에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사건은 대부분 배우자의 외도, 직장 내 괴롭힘, 금전 거래 등 민사 분쟁의 증거를 잡기 위해 발생한다.


A씨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재판부 역시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혼인관계에 있던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을 확인할 목적으로 범행한 동기나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2025고합182). 악의적인 목적보다는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다 법의 경계를 넘는 '생계형 범죄'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이다.


또한, 녹음된 내용이 외부에 무분별하게 유출되지 않고 소송 증거로만 제출되는 등 피해가 크지 않은 점도 주요 감경 사유로 꼽힌다.


실형은 '하늘의 별 따기'…반복·상습범만 해당

물론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문턱은 매우 높다. 과거 판례를 보면, 동종 범죄로 이미 여러 차례 실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도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상습범에게만 징역 6개월 등의 실형이 선고됐다. 한두 번의 실수로는 사실상 실형을 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무디게 만든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쉽게 타인의 대화를 녹음할 수 있는 시대, '걸려도 괜찮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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