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사건을 두고 "가격부터" vs. "내용부터"…의뢰인과 변호사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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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건을 두고 "가격부터" vs. "내용부터"…의뢰인과 변호사의 동상이몽

2021. 04. 02 17:52 작성2021. 04. 02 18:02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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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 "수임료부터 알려주세요"⋯불투명한 법률자문 비용 불만이라지만

변호사들 "정말 상담을 먼저, 제대로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혹시 덤터기 씌우려는 게 아닌가" 의뢰인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변호사들은 기운이 빠진다고 호소한다. 정식으로 상담부터 받아야 한다고 권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이 꼭 전하고 싶었다는 말을 로톡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법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자신해왔던 A씨, 예기치 않게 휘말린 분쟁에 당황하고 말았다. 이길 가능성은 있는 건지, 어떤 변호사를 만나야 내 얘기를 잘 들어줄지 모든 게 안갯속이다. 마음만 먹으면 직접 소송을 할 수 있다는 인터넷 글들도 봤지만 도무지 자신이 없다.


그런데도 선뜻 변호사 사무실부터 찾아가기엔 망설여지는 이유가 있다. 사건을 의뢰하고는 싶은데 수임료가 얼마인지 속 시원하게 말해주는 곳이 없어서다. 변호사들은 하나 같이 "일단 오셔서 상담부터 받아보세요"라고 권했다. 내심으론 일단 불러낸 다음 큰돈을 청구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의뢰인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변호사들은 기운이 빠진다고 호소한다. 정식으로 상담부터 받아야 한다고 권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영업 수단이 아니라 제대로 법률자문을 하려면 꼭 필요한 단계라고 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변호사들이 꼭 전하고 싶었다는 이 말, 로톡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사건 자료를 보여주세요" 진짜 의뢰인을 위해 필요한 말

변호사들은 "의뢰인에게 전해 들은 단편적인 이야기만으론 법률자문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의뢰인의 주장 너머에 있는 '진짜' 사실관계와 법률 서류들을 변호사가 직접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월인의 채다은 변호사는 "누구든 사건 당사자가 되면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관계나 자료만 보려는 경향이 생긴다"면서 "제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각 의뢰인에게 가장 알맞은 법률 솔루션을 제공하려면 법률전문가의 눈으로 직접 모든 자료를 파악하는 게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혹 전화로 '검사가 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요'라고 말하는 의뢰인이 있다"며 "이렇게 법적으로 부정확한 표현을 들은 변호사라면, 일단 사무실로 모든 자료를 들고 오시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채 변호사는 의뢰인들에게 이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도 판사가 모르면 유죄에요." 흩어져 있는 사실관계들을 모아서, 법의 언어로 말하는 과정이 왜 중요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서초동에서 근무하는 A 변호사도 "의뢰인의 주장만 믿고 무작정 사건에 뛰어들다 보면, 도리어 사건 해결이 어려워지기도 한다"며 "정식으로 상담을 받으라고 권하는 것은 체계적인 법률자문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괄적인 답변만 주고받는 것은 의뢰인과 변호사 모두에게 불만족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수임료도 정찰제로? 다 똑같은 상황 아닌데⋯

의뢰인들은 수임료를 메뉴판처럼 바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우선 물건을 사려면 가격부터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덮어놓고 사기엔 부담이라는 것.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러한 생각부터 전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형사사건을 주로 맡아온 B 변호사는 "의뢰인분들이 무의식중에 '변호사를 샀다'라는 표현을 쓰시는 경우가 많다"면서 "변호사가 자문하고 소송을 수행하는 과정은 공장에서 찍어낸 기성품 같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량적인 재판 출석수만 기준으로 하더라도, 수임료 책정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1~2회 변론기일에 참석해 무사히 종결되는 사건도 있지만, 복잡한 건은 1심만 몇년씩 걸리고 서면이 수십개씩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해결 방식과 절차가 엄연히 다른데, 동일한 수임료로 책정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는 게 B 변호사의 설명이다.


개인사무소를 오랫동안 운영해온 C 중견 변호사도 "의뢰인에게 유리하지 않은 사안을 맡으면, 더 집요하게 법리를 주장하고 온갖 증거와 정황을 발굴해 입증하려 애쓴다"면서 "변호사 업이 가지는 숙명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의뢰인을 위해 대신해서 발 벗고 나서는 수고를 조금이나마 알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C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는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다더라'는 얘기를 의뢰인에게 들으면 속상하기도 하고 참 난처하다"면서 "법률자문이 의뢰인 한 사람만을 위해서 마련된, 맞춤형 서비스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로톡뉴스=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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